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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사과 요구에 깔린 홍명보 감독 '심산'


입력 2013.10.07 10:12 수정 2013.10.08 16:12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사과 않으면 복귀 없다"는 말은 일종의 군기잡기

최강희 전 감독에 욕보인 기성용 활용 명분쌓기도

국내 팬들은 "대표팀 전력도 문제지만 기성용은 '원팀 원스피릿'에 결코 맞지 않는 선수"라며 기성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 기성용(24·선덜랜드)에 대해 최강희 전 감독을 찾아가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실 기성용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기성용이 SNS을 통해 최강희 감독을 '디스'했고 이것이 밝혀졌을 때 하루라도 빨리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했다면 일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다. 기성용은 3개월 전 이런 일이 밝혀지고 나서도 최강희 감독을 찾아가 사과하지 않았다.

이미 국내 팬들은 기성용에게 등을 돌렸다. 기성용은 선심 쓰듯 종이 한 장짜리 사과문을 툭 던져놓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도 이미 불가능했거니와 시간까지 놓친 형국이다. 국내 팬들은 "대표팀 전력도 문제지만 기성용은 '원팀 원스피릿'에 결코 맞지 않는 선수"라며 기성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홍 감독은 기성용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뛰는 선수와 해외에서 뛰는 선수를 차별하는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를 완전히 모른 채 할 수는 없다. 선수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국내 팬들은 기성용 복귀가 시기상조라고 말하지만 이전 경기까지 미드필드가 약했기 때문에 홍 감독의 기성용 선택은 불가피했다.

결국, 기성용이 대표팀에 돌아와 경기에 뛰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국내 팬들의 화를 가라앉힐 명분이 있어야 한다. 대표팀 경기에서도 기성용이 공을 잡을 때마다 팬들이 야유를 보낸다면 이보다 더 곤혹스러운 일도 없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기성용이 최강희 감독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비는 '퍼포먼스'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는 기성용에 대한 '군기잡기'다. 홍 감독이 '원팀 원스피릿'을 강조하는 것을 감안할 때 명분보다는 군기잡기 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홍 감독은 고려대 시절부터 팀을 이끌어왔고 대표팀 주장 완장도 익숙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이런 홍 감독이라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선수에게 가혹하게 또는 엄격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전 대표팀 감독을 '디스'한 데다 팀의 사기와 정신력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 선수라면 홍 감독으로서는 일종의 '독재'는 불가피하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행동도 필요하다. 홍 감독이 "사과하지 않으면 태극마크 반납하라"는 말을 한 것도 여기에 대한 일환이다.

또 홍 감독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이처럼 가혹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선수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준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믿고 따라오지 않는다면 대표팀에 들어오기 힘들다는 일종의 메시지다.

감독이라는 직책은 생각보다 상당히 '정치적인' 자리다. 단순히 선수들을 지도하고 전술을 짜고 훈련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리더십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국에서 최고로 축구를 잘한다는 선수들만 모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홍 감독 행동에 대해 "왜 사과를 억지로 강요하느냐"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한쪽 면만 본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기성용은 7일 오전 배우자 한혜진과 동반 입국한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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