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이충희, 추락한 동부 이끌고 명예회복 도전
성적추락-강동희 승부조작, 어둠의 터널 속 동부
이충희, 팀 구하고 ‘실패한 지도자’ 오명 벗을까
2013-14 시즌을 앞두고 있는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키워드는 '부활'이다.
동부는 김주성(34)이 입단한 2002년부터 무려 세 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프로농구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동부 역사상 최악의 시즌이라고 할 만 했다.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정작 엇박자 전력을 드러내며 20승 34패로 정규리그 7위에 그쳤다. 성적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지만, 시즌 말미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적발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며 구단의 이미지에 큰 흠집을 남겼다. 동부 구단뿐만 아니라 농구팬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남긴 희대의 사건이었다.
동부는 올 시즌 이충희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농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이충희 감독을 통해 구단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분위기 전환을 꾀하겠다는 의중이 포함돼 있다.
이충희 감독에게도 명예회복은 농구인생의 최대 화두다. 선수로서는 더 이상 누릴 게 없는 영광을 독차지했지만, 지도자로서는 험난했다. LG 사령탑 시절 이후 고려대-동국대-오리온스 감독 등을 거치며 성적부진과 잦은 구설수로 '단명' 감독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7년 전 오리온스 시절에는 프로농구 역대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이후 해설위원으로 주로 활약해오며 현장과 거리가 있었던 이충희 감독이 오랜 공백기와 지도력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다.
현역 시절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쳤던 이충희 감독이지만, 지도자 데뷔 이후로는 주로 수비적인 농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부는 김주성 입단 이후 수비농구의 색채가 강했던 팀이다. 강력한 높이를 바탕으로 한 수비와 리바운드는 동부가 기복 없는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지난 시즌 성적은 비록 좋지 않았지만 동부는 여전히 잠재력이 풍부한 팀으로 꼽힌다. 김주성과 이승준은 국가대표 트윈타워다. 지난 시즌에도 두 선수가 좋은 호흡을 보여줬을 때 동부의 전력은 강팀을 충분히 위협할 만한 전력이었다.
실제로 김주성과 이승준의 호흡이 맞기 시작한 3라운드부터 동부는 상승세를 탔다. 동부가 비록 여러 가지 악재로 인해 더 이상의 상승세를 타지 못했지만 김주성과 이승준의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한 이승준의 활용도와 김주성과의 체력안배다. 올해는 허버트 힐이라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두 선수의 골밑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5라운드부터 상무 제대가 예정된 윤호영까지 가세하면 동부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수비범위가 넓고 3번에서 5번까지 두루 소화하는 윤호영은 동부산성의 질식수비를 완성할 핵심요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백코트진은 동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윤호영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마땅한 스몰포워드 자원이 없다. 이광재와 박지현의 백업멤버도 부족하다. 신인드래프트에서 1·2번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대형 신인 두경민이 프로무대에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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