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급 판타지 아니지만' 브라질, 진화형이라 더 매력
호나우지뉴 이끌던 전성기 만큼의 압도적 전력에는 미치지 못해
네이마르 등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진화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브라질 하면 떠올리는 것이 십중팔구 ‘축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축구의 나라’ ‘영원한 월드컵 우승후보’로 불리는 브라질(FIFA랭킹 8위)과 평가전을 치른다.
브라질과 월드컵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월드컵 우승만 5회로 역대 최다. 1930년 첫 대회부터 자국서 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20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있다. 브라질만의 유일한 기록이다.
브라질이 마지막으로 월드컵을 들어 올린 것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히바우두 등 ‘3R 편대’를 앞세운 브라질의 공격축구는 가공할 만했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다.
이후 브라질 축구는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 6월에는 역대 최저인 FIFA 랭킹 22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FIFA랭킹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축구를 국기로 여기는 브라질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브라질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7월부터. 자국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각 대륙별 챔피언들을 연파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결승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FIFA랭킹 1위 스페인을 3-0 완파한 장면은 브라질 축구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백전노장 스콜라리 감독이 있다. 브라질에 마지막 월드컵을 선사하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자리매김한 스콜라리는 지난 2012년 12월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마노 메제네스 감독을 대신해 삼바군단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스콜라리호에 대해서도 초반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세대교체 영향으로 젊은 선수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경험부족을 지적했다. 반면 스콜라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2008년 이후 첼시, 분요드코르, 파우메이라스 등 클럽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한 물 간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하지만 스콜라리 감독은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평가전에서 안정된 조직력을 다져가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켜가고 있다. 내분설에 휩싸이며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둥가나 메제네스와 달리 스콜라리 감독은 8월 스위스 원정에서 일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최근 10차례의 A매치에서 8승1무1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상승세다.
물론 지금의 브라질 축구는 11년 전 한일월드컵을 호령하던 시기의 화려한 공격축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과거의 펠레나 호마리우, 호나우두처럼 존재만으로 상대를 주눅 들게 했던 과거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네이마르는 검증이 덜 된 유망주 이미지가 아직 남았고, 선수구성도 다른 우승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압박과 역습, 점유율이라는 현대축구의 트렌드를 접목시키며 오히려 유럽 스타일에 가까운 조직력의 축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브라질 축구의 현 주소다.
당장 펠레나 호나우두에 견줄 만한 슈퍼스타는 없지만 그만한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들은 오히려 차고 넘친다. 안방서 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은 삼바축구에 새로운 황금세대의 도약을 알릴 수 있는 신호탄이다.
브라질이 자랑하는 신성 네이마르를 비롯해 헐크, 오스카, 루이스, 파울리뉴 등은 젊고 재기발랄한 데다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는 선수들이라 더 매력적이다. 완성형이 아니라 진화형인 브라질 대표팀의 성장 가능성을 지켜보는 것도 2014 브라질월드컵을 기다리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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