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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투수전?’ 빈공이 가져온 착시효과


입력 2013.10.14 10:58 수정 2013.10.14 12:0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김현수-박병호 부진, 타격 응집력 약화

2위 싸움 후유증-경기시간 등 악조건 영향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김현수(왼쪽)와 박병호. ⓒ 연합뉴스 /넥센 히어로즈

"제발 좀 터져라, 방망이!"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는 표면상 팽팽한 접전 양상이다. 4경기 모두 1점차 승부였으며 한 팀이 5점 이상 넘긴 경우가 한 차례도 없다. 기록만 보면 치열한 투수전 양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투수들이 잘 던진 것이라기보다는 워낙 방망이가 안 맞다 보니 점수를 못 내서 벌어지는 '빈공' 시리즈에 더 가깝다. 두 팀이 4경기에서 올린 총점 합계가 11점으로 같다. 평균으로 환산하면 경기당 3점도 못 뽑아내고 있는 셈이다. 넥센 팀 타율은 0.226, 두산 팀 타율은 0.218로 양 팀 모두 서로의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두 팀 모두 마운드보다 타격에 더 강점이 있는 스타일이다. 넥센은 팀 홈런 1위, 두산은 팀 타율 1위를 기록했다. 양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도 타격전 양상이 더 강했다.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주전들의 체력소모가 심했던 것이 타자보다 회복시간이 더딘 투수들에게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타자들의 부진이 훨씬 심각하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력타자들이 준PO 들어 침묵하고 있다. 두산 김현수(11타수 1안타), 넥센 박병호(14타수 2안타)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제몫을 못해주는 것이 전체 타선의 응집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드러난 슬럼프와 피로누적의 영향이 크다.

양 팀 모두 LG와 막판까지 정규시즌 2위 경쟁을 펼치느라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4~5경기에서는 타자들의 타격감이 극도로 떨어지는 조짐을 드러냈다. LG에 2위 자리를 내주고 준PO로 밀려남에 따라 양 팀은 최소한의 회복기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곧바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비정상적인 경기 시간도 선수들의 타격 사이클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연전으로 치러지는 1·2차전과 3·4차전을 각각 야간(오후6시)-주간(오후2시) 경기로 교차 편성, 사실상 24시간 내 2경기를 몰아 치르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연장전도 두 번이나 치렀다. 컨디션 유지에 민감한 타자들에게 가뜩이나 빡빡한 포스트시즌 일정이 들쭉날쭉하기까지 하니 제 타격감을 찾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미덥지 못하다보니 양 팀 벤치에서 작전을 시도하는 비중도 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작전을 소화하는 것도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도루 실패와 주루사, 수비실책 등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 어울리지 않는 본헤드플레이가 속출하며 오히려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다.

이제 5차전(14일 목동구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양 팀 모두 4차전까지 치르며 선수들의 피로누적이 극심하고 이미 투수력도 상당히 고갈된 상황이다. 어느 쪽이 꽉 막힌 타선의 물꼬를 트느냐에 따라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몰아치기의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누가 먼저 가을 잠에 빠진 방망이를 깨워서 PO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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