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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씽씽’ 37세 이규혁의 아주 특별한 5전6기


입력 2013.10.27 09:22 수정 2013.10.28 09:49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20여년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간판..유독 올림픽 노메달

은퇴 예상 뒤엎고 여섯 번째인 소치 올림픽 출전 눈앞

이규혁 ⓒ 연합뉴스

2010년 2월 20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시내 하얏트호텔 코리아하우스.

생애 다섯 번째 동계올림픽 도전이었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끝내 ‘노메달’에 그친 한국스피드 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사실상 생애 마지막 동계올림픽 도전이라 여겼고 그렇기 때문에 더 메달 획득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지만, 성적은 남자 500m 15위, 1,000m 9위.

한편,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남녀 500m 동반우승을 차지한 모태범과 이상화는 한 목소리로 이규혁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이들이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SBS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금메달 획득 소식을 전하는 기쁨에 앞서 한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료 이규혁 생각에 마이크를 내려놓은 채 눈물을 흘렸다.

이규혁은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스타로서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 세계 무대에서 오랜 기간 정상의 위치를 지켰지만,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이후 2010 밴쿠버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한 동계올림픽에서만큼은 단 1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1000m에서 4위가 동계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이규혁은 "이번 올림픽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시간 패턴을 위해 4년을 소비했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린 뒤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500m를 하기 전에 선수로서 느낌이 있다.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고 밝히며 울먹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모두 끌어안고 스스로를 수습해야 했던 사람은 결국 이규혁 본인이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마무리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규혁이 적당한 시기를 정해 은퇴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이규혁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변함없이 스케이트를 벗지 않았다.

그리고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아픔을 딛고 이듬해인 2011년 1월,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끝난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7년(노르웨이 하마드), 2008년(네덜란드 헤렌벤), 2010년(일본 오비히로) 대회에 이은 생애 네 번째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종합우승이다.

이규혁은 2010년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규혁은 “사실 많은 분들이 은퇴시기를 물어보는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겠다. 아직 올림픽 메달도 없는데. 지금 몸 상태로 봤을 때는 2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2014년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소치 동계올림픽 도전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이 말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규혁의 소치 동계올림픽 도전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규혁은 지난 24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남자 500m 1·2차 레이스에서 합계 71초83으로 모태범(합계 70초86)-이강석(71초66)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2013-14시즌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평균 열 살이 적은 다른 19명의 선수들과 경쟁해 거둔 성과다.

이규혁이 다음 달부터 열리는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해 포인트 관리를 잘 해낸다면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7세 나이에 생애 여섯 번째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게 된다. 이규혁은 국가대표 선발 직후 인터뷰에서 “20년 넘는 도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고 이 시간을 투자한 것이 후회가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메달’이나 ‘1등’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은 듯했다. 지금 이규혁에게 소치동계올림픽은 스스로 포기하거나 여타의 이유로 좌절되지 않기만 한다면 도전 그 자체가 한국 빙상 역사는 물론 세계 빙상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전설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동계올림픽을 향한 ‘불사조’ 이규혁의 특별한 5전 6기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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