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국이 혼란하면 민생도 실종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최근 정치를 보는 국민들은 한숨만 쉰다. 정쟁은 끝이 없고 점점 심해져 간다. 어지럽고 혼탁하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커져 간다.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어떨까. 발표되는 여론조사가 있다. 퍼센트로 따진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단순히 높고 낮음에 대한 지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굳이 ‘민심으로 봐야될까’ 하는 불신도 있다. 그러기에 “비판은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가벼운 숫자놀음은 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술자리를 많이 한다. 사람들이 왜곡되고 편향되어서 그럴까. 갖는 자리마다 별로 좋은 얘기는 없다.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얘기는 주로 이렇다.
“냉정하다. 말도 붙이지 못할 정도로 차갑다.
찍히면 끝이다. 칼 같다. 참모들은 무서워서 말도 못한다. 하루종일 웃지 않는다.
대통령의 눈치만 살핀다.” 등등이다.
확인할 길은 없다. 유쾌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한편으로는 세상 참 좋아졌다 싶다. 옛날 같으면 불경죄다.
건국이래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 기대는 그렇게 큰 것이 아니다.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도, 외교를 성공시키는 것도 아니다. 북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기대도 전부가 아니다. 주관적이기는 하다.
그럼 무엇이었을까.
박 대통령의 모습에서는 향수가 있었다. 마음을 위안 받는 보상적 이미지가 있었다. 신뢰를 줄 수 있는 포근함이 있었다. 능력보다는 상징적 이미지가 보였다. 기대고 싶은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국민들은 대통령으로 지지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려움을 같이 하는, 어머니의 손길과 같은 부드러움과 세심함을 기대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가장 잘 어울리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능력보다는 덕이 앞서는 지도자라는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돌아간다. 덕은 보이지 않고 실리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댓글이니, 국정원이니, 검찰의 분란이니 해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일년이 다되도록 이 지경이다. 국민들은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다. ‘도대체 나라꼴이 왜 이 모양이냐’며 넋두리만 해댄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선을 긋고 있다. 일부 부처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선 등으로 국면전환을 도모할 뿐이다. 흘러나오는 얘기는 간단하다. 박 대통령이 나서면 정국이 꼬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야당의 전략에 말려든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분석은 지극히 실리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은 정치의 정점에 있고 그 자체다.
알아야 될 것이 있다. 정국이 혼란하면 민생도 없다. 정치적 실리만을 따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실리만을 쫓는 정치는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명분도 주고 포용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정치적 실리에 자유로운 대통령이다. 받아들이면 부드러운 포용이 될 것이요, 안으면 어머니와 같은 인자함의 정치로 표현될 것이다.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국이 혼란하고 민생은 어려워지고 있다. 나라가 혼란하다. 뭐가 필요한가. 대통령이 당연히 나서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필요하다면 야당의 손도 들어줘야 한다. 잘못되었다면 인정도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보고 가면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대통령이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댓글로 당선된 대통령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다. 야당의 입장을 일부 받아준다고 해서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손실은 없다. 칼로 무를 베듯, 정치를 봐서는 안된다. 박 대통령의 정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이제 그런 시기다. 포용의 손길로 박 대통령만의 정치를 할 때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 전 정부가 했던 일, 야당의 공세일 뿐...” 그런 말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강함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한다. 그 부드러움을 가진 박 대통령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이러한 민심을 잘 파악해야 될 것이다. 알고도 속고, 몰라도 속아 주는 게 정치일 수 있다. 술자리에서 나오는 말들이 그저 그런 푸념이 아닌 것 같아 적어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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