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포스코 회장, 외풍 아닌 성과와 능력으로
정권 바뀔 때 마다 CEO리스크...성과와 능력으로 선임되는 풍토 조성되길
포스코가 정준양 회장 사의설로 또 한번 술렁이고 있다. 지난 9월 정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가기는 했지만 최근 이석채 KT회장이 물러났고 또 8일 이사회와 맞물리면서 정 회장이 이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포스코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공식입장을 밝혀 보도의 확대 재생산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 회장이 공식 사의표명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시기와 절차의 문제이며 사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곰곰이 짚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아무리 과거 공기업이었다고 하지만 10년 이상 정부 지분 하나 없는 민영화된 기업이 끊임없이 외압에 시달리고 심지어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밝히는 것은 무슨 꼴인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알아서 조용히 나갈 테니 KT처럼 검찰조사나 압수수색은 말아달라는 것인가.
포스코는 시가총액 4위의 대기업에다 외국인 지분율 만해도 50%가 넘는다. 잔여임기가 분명 남아있는 민간기업 CEO를 정부가 관여해 내려 앉히는 걸 외국인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정부에서 포스코 회장 자리를 실력보다 '코드인사'를 통해 앉힌다면 포스코에 투자한 수많은 투자자들은 주주로서의 이익을 침해 받는 것이 아닐까.
이게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원칙과 신뢰인가.
물론 정 회장의 선임 배경이 깨끗했고 임기동안 포스코를 잘 이끌었기 때문에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시장 민주주의 질서는 지켜지고 뭐가 정상적이고 비정상적인지는 가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의 정 회장의 사의설은 경영성과가 안 좋았고 법적인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 단지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왜 정권이 바뀌면 포스코 회장은 물러나야 하는가. 이 회사는 주주도 없고 이사회도 없고 주주총회도 안하는 회사인가.
정 회장 선임 이후 2010년 포스코의 연결영업이익은 5조5441억원에서 2012년 3조653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1.6%에서 5.7%로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0.1%에서 86.8%로 늘었고 차입금의존도도 30.5%에서 31.5%로 늘어나는 등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포스코 주가 역시 2010년 60만원대에서 30만원대로 거의 반토막 났다.
이런 경영상의 이유로 정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면 설득력을 지니지 않을까.
정 회장 사의설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MB인사 하루빨리 물러나라에서 부터 포스코가 정부의 비자금 회사냐, 민간기업 이제 좀 놔둬라까지 다양하다.
향후 정 회장의 사의 표명 시기는 내부 절차 및 이사회를 통해 진행될 것이고 후임 회장도 정해질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포스코 회장 자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고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는 게 아닌 성과와 능력으로 평가받는 전통이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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