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 노예?’ 김신욱 발도 강했다…홍명보호 원톱 가치 입증
4개월 만에 합류, 최전방 공격수 중량감 입증
제공권 장점 여전, 다양한 연계플레이 호평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 스위스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승리도 승리지만, 장기간 계속된 대표팀의 골 가뭄과 공격진 조합문제에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돋보인다.
스위스전의 최대 수확중 하나는 단연 김신욱(25·울산 현대)의 가능성을 발견한데 있다. 장신공격수 김신욱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4개월 만에 홍명보호에 복귀했다. K리그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신욱은 제공권과 발재간을 두루 겸비해 현재 국내 공격수중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해 대표팀에서 부진하다는 징크스를 깨는 것이 관건이었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치른 A매치를 통틀어 가장 최전방 공격수에 어울리는 중량감과 경기내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실 이전까지 대표팀에서의 김신욱 활용법은 그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이용한 공중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김신욱의 머리에만 의존하는 공격루트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뻥축구' 논란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이 김신욱을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외한 이유도 선수들이 김신욱의 헤딩 능력에만 의존하다가 오히려 전체적인 패스의 정확도나 경기속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김신욱은 스위스전에서 자신이 머리만 쓸 줄 아는 게 아니라 발로도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단 동료들이 김신욱에게 향하는 패스가 달라졌다. 과거처럼 무의미하게 머리만 겨냥한 롱패스가 아니라 발로 향하는 짧은 패스가 조화를 이뤘다.
공격 전개 방식이 다양해지니 자연스럽게 제공권이라는 본래의 장점도 더 살아났다. 비록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긴 했지만 전반 13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김신욱이 헤딩으로 골망을 가르는 장면은 잠깐이나마 김신욱의 위력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신욱 스스로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문전에서 볼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후좌우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며 2선 공격수들이 안으로 파고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수비수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통해 측면에 올라오는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이나 트래핑으로 동료들에게 연결해주는 장면도 돋보였다. 후반 10분과 12분 각각 이청용과 이근호에게 골이나 다름없는 완벽한 어시스트 패스를 연결하며 찬사를 자아내기도 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역시 골에 대한 조급함이었다.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의욕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다소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리하게 볼을 가로채려다가 상대 선수를 걷어차 경고를 받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막판 김신욱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판단 하에 교체를 선택했는데, 그라운드를 나서는 김신욱의 표정은 골을 넣지 못한데 대한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자신의 힘으로 승리를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김신욱의 활약은 이날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근호-손흥민-이청용과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찬스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왜 김신욱이 홍명보호의 원톱 대안 1순위가 돼야하는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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