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에 소리 지른 안규백, 참관 고등학생들 "헐…"
<대정부질문>전작권전환문제놓고 '굴욕외교'주장하며 "사과하라"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입씨름을 벌였다. 안 의원은 정 총리에게 고성을 지르며 자신이 지적한 정부의 결함들에 대해 “사과하라”고 쏘아붙였고, 정 총리도 이에 지지 않고 맞섰다.
전날에 이어 이날 이틀째 진행된 대정부질문은 외교·통일·안보분야를 다뤘으며, 안 의원이 첫 질의를 맡았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정 총리를 향해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안 지켜지고 있는 건 공약 파기”라며 “왜 전작권 전환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밀실에서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총리는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진행 중”이라며 “밀실이 아니라 협상 단계다.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인데 공개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갑자기 “이는 굴욕적 외교다.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정 총리를 몰아세웠다. 정 총리는 안 의원의 지적에 “안보를 지키려고 협상 진행 중인데 사과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현재 조건을 봐서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정 총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과하라! (전작권 전환) 못하지 않느냐, 현실적으로!”라고 소리를 질렀고, 민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총리의 답변은 고성 속에 묻혀버렸다.
때마침 단체 참관 차 4층 방청석에 앉아있던 고등학교 남학생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헐…”이라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어 안 의원은 국가정보원(국정원) 등 주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관련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검찰이 국정원 수사로 풍비박산 났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검찰은 수사를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특검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 총리가 “과거에도 사법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개입을 하지 않는 걸로 되어있다. 중간에 개입하면 재판하는 사람이 어떤 영향을 받겠느냐”며 반대의 뜻을 밝히자 안 의원은 “옛말에 ‘말이 아니면 듣지 말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화를 참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이에 대해 정 총리가 “철저히 수사를 하겠다는데 왜 말이 아니라고 하시느냐”고 맞서자 이전부터 볼멘소리로 항의를 해오던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로 삿대질을 하며 “얼마나 더 기다려야 돼!”, “‘NLL수사’는 그렇게 빨리 해놓고!”라고 외쳤다. 격앙된 안 의원 역시 “달포(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가 지나도록! 얼마를 기다리라는 거냐, 얼마를!”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여기에 “나와서 이야기해, 나와서! 뭐하는 거야!”라는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의 고함과 함께 여당 의원들의 원성도 터지면서 본회의장은 엉망이 됐다.
대북제재 두고 새누리 "우리도 핵 보유 가능" vs 민주 "평화협정체결만이 대안"
한편, 이날 여야는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확연한 이견을 보였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란이 대화의 장으로 돌아온 것은 UN제재가 아니라 당사국들의 자구책 때문”이라며 “북한이 계속 핵으로 위협하면 우리도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한이 깨달아야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북한인권법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야말로 민주주의와 평화의 상징 아니었나. 민주당이 앞장서 줘야한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옳소”라고 외치며 동조했다.
반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에 명확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대북제재는 남한의 경제를 괴롭히는 ‘자기 발등 찍기’로, 실효성도 없고, 국내기업에 피해만 주는 5.24조치를 당장 해지해야한다”며 “북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평화협정체결 외에는 대안이 없다. ‘6자 회담’도 조건 없이 가동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 의원은 정 총리를 향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권보다 모두 후퇴했다. 1년간 뭘 했나”라며 “이명박 정권에 비해 더 잘한 건 뭐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전처럼 떼를 쓰면 돈이 나온다는 생각을 고친 것”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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