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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수주 급증에도 짙어진 공사비 급등의 그늘


입력 2025.04.08 15:19 수정 2025.04.08 17:08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10대 건설사 1Q 수주 11.4조, 전년比 3배↑

“1조 공사에 원가 9300억”…수익성 악화

경기 침체·고환율로 더 오를 가능성 우려

서울 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올해 1분기 대형 건설사이 정비사업 분야에서 거둔 수주액이 11조원을 넘어섰다.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도시정비사업이 수 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 속에서 새로운 활로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상승하고 있는 건설 공사비는 도시정비사업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수주 경쟁에만 집중할 경우 ‘적자 공사’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11조3701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994억원) 대비 약 3배 급증했다.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지원과 조합원의 니즈가 맞물린 결과다.


올해 가장 수주를 많이 한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신반포 4차 재건축, 한남4구역 재개발, 송파 대림가락 재건축 등 굵직한 사업을 따내며 3조556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목표치의 70%를 달성한 수준이다.


GS건설과 롯데건설도 각각 2조1949억원, 1조8279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약진했다. GS건설은 잠실우성1·2·3차와 신당10구역 등의 대형 사업지에서도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수주실적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물산을 제외한 상위 9개 건설사의 평균 원가율(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93.2%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적정 원가율을 80%대로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1조원짜리 공사를 하는데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비용에 9300억원을 썼다는 의미로 3년 전(87%)과 비교하면 5%포인트 높아졌다.


대형 건설사들 중 현대엔지니어링(105.4%)과 현대건설(100.7%)의 원가율은 100%를 넘었다. 공사를 해서 벌어 들인 돈보다 나간 돈이 많다는 의미다. 포스코이앤씨(94.2%)·롯데건설(93.5%)·대우건설(91.2%) 등도 90%대 원가율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매출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향후 수주 전망도 밝지 만은 않은 가운데 고환율로 인한 자잿값 급등과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신규수주지수는 60.7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감소했다. 같은기간 공사대금지수(76.1·-2.6p), 자금조달지수(70.2·-1.4p), 자재수급지수(84.1·-7.7p)등 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건설공사비지수도 고환율 장기화 속에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129.72에서 12월 130을 찍었고 올 들어서도 1월 131에 이어 2월 131.04까지 계속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가공 통계로 지난 2015년 100을 기준으로 한다. 다시 말해 130이면 2015년보다 공사비가 30% 더 올랐다는 의미다.


이에 10대 건설사도 올해 수주 목표액을 전년(92조원) 대비 소폭 늘어난 96조원으로 잡았다. 각종 비용 부담을 고려해 이른바 ‘노른자’ 지역만 입찰에 참여하는 선별 수주 전략도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신반포4차, 개포주공6·7단지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 시공사 선정에서 경쟁 입찰이 유찰되며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사례가 잇따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등 핵심 사업장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는 건설·철거·설계·마케팅 비용 등 몇 백 억원을 포함한 대규모 비용이 든다”며 “시공권을 따내지 못하면 이 비용을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 만큼 최대한 수익성이 높은 곳만 골라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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