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빅데이터야, 직장인이 마시는 점심 커피값은 얼마야"


입력 2013.11.22 15:14 수정 2013.11.22 16:10        윤정선 기자

카드사, 빅데이터 활용한 컨설팅 서비스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수익원 기대↑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가 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블로그 캡처)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가 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빅데이터는 방대한 정보를 가공해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검색정보를 가진 구글의 경우 빅데이터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일례로 2008년 이후 구글은 해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보다 열흘가량 독감 유행 시기를 예측한다. 독감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늘어나면 구글에 '독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는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된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 빅데이터는 이미 선진국 금융시장에선 보편화하고 있다.

미국의 한 카드사는 회원 결제정보와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당구장 카드 결제가 많은 고객이 우표를 사는 회원보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을 통해 카드사 부수업무에 빅데이터를 추가시켰다. 그동안 카드사는 방대한 회원 정보를 갖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활용에 제약을 받았다.

빅데이터 관련 사업이 가능해지자 대부분의 카드사에선 빅데이터 관련 신규상품 개발과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소비자의 기호와 움직임 등을 보여주는 '지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까닭에서다.

국내 빅데이터 시장규모 전망(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신한카드의 RPM플래티늄샵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카드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대부분의 주유 할인카드는 특정 브랜드나 주유소에서 할인이나 적립이 된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유 할인카드 이용자 40%가 할인 혜택을 못 받는 곳에서 기름을 넣고 있었다. 이에 신한카드는 어느 주유소에서든 적립이 가능한 카드를 내놓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빅데이터 잠재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다음달에는 각 부서에 산재한 인력을 하나로 모아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 예정"이라며 "빅데이터를 상품기획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알렸다.

현대카드도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빅데이터 프로젝트 진행해 외식과 패션 부분에서 소비 패턴을 분석한 '현대카드 빅데이터 리포트'를 두 차례 공개했다.

지난 7월에는 빅데이터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커피를 마신다'는 결과를 얻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당시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기초로 편의점과 연계한 마케팅을 진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이상 관련 상품 결제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카드사가 빅데이터를 회원에게 제공하는 채널과 폭도 넓어지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부터 회원의 방문기록을 토대로 지역별 인기장소를 엄선해 알려주는 '플레이스S' 서비스를 시작했다.

플레이스S 서비스는 신용카드 이용내역 및 연관 매출 분석을 바탕으로 전국 유명 지역의 가맹점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해당 가맹점에 대한 할인·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카드 할인이 적용되는 가맹점을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정했다면 플레이스S 서비스는 고객 데이터를 기초로 선정했다"며 "결국 빅데이터 활용으로 고객이 가맹점을 선택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빅데이터는 가맹점 선정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 마케팅에도 적용된다"며 "남성에게 출산 관련 정보를 보내지 않고, 부산 거주자에게 서울 가맹점 할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마케팅 타겟을 선정하는 데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카드사는 빅데이터 정보를 '날것' 그대로 전달하며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각 카드사 빅데이터 활용 앱(App) 화면 캡처

롯데카드는 지난 3월 고객의 패턴과 위치정보 등을 활용한 '스마트컨슈머앱'을 내놓았다. 이 앱은 회원이 가맹점을 직접 평가하고 이를 다른 회원과 공유하는 앱(App)이다. 빅데이터를 카드사가 따로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회원과 회원 사이를 연계해주고 있다.

다른 카드사도 마이메뉴(현대카드), 스마트월렛(신한카드), 비씨콕(비씨카드), 겟모어(하나SK카드), KB오너스(국민카드) 등 정보제공용 앱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카드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사가 가지고 있는 가맹점정보를 가공해 영세사업자나 창업희망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신용카드 가맹점 정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며 "자영업자 지원과 산업분석의 효율화 등 공익 목적을 위해 빅데이터가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드사가 빅데이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사회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신애 한국정보화진흥원 기획부장은 "선진국의 개인정보보호는 네거티브 방식인 옵트아웃(opt-out)이다. 따라서 기업이 개인정보를 먼저 활용하고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거부한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방식인 옵트인(opt-in)으로 고객이 먼저 동의해야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빅데이터 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윤정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