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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부재 민주당 '필리버스터'만 믿다가...


입력 2013.11.28 20:27 수정 2013.11.28 20:38        이슬기 기자

'필리버스터'카드 전날부터 만지작, 의장 거부에 대책없어

2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상정돼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투표를 하는 강창희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이 28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황 후보자 동의안은 이날 찬성 154표, 반대 3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의견수렴을 위해 오전 9시 30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전병헌 원내대표와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박수현 원내대변인 등이 10시 18분경 강창희 국회의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렇게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민주당은 오후 1시 30분 의총을 재개키로 했다.

하지만 오후 의총에서도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단독처리가 가능한 상황인데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물리적인 방법으로 막을 길도 막혔기 때문. 손에 든 것이라고는 전날부터 만지작거리던 ‘필리버스터’ 카드뿐이었다.

의총 중 회의장을 잠시 빠져나온 당 관계자는 취재진이 "이야기가 잘 돼가고 있느냐"고 묻자 "잘 된다면 이렇게 늦게 끝날 리가 있겠나"라며 반문했다. 그는 "강행하면 다시 논의해야 한단 말만 나온다"며 "인사 관련 사항을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결국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오후 2시부터 열렸던 본회의장에 ‘지각입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인사들을 정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수포로 돌아갔다. 강 의장이 당초 여섯 번째로 예정되어 있던 감사원장 인사안을 첫 번째 안으로 처리하자면서 “인사에 대한 토론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게 국회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필리버스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 원내대표 등이 의장석으로 뛰쳐나오는 등 강하게 반발했지만 강 의장은 소란 속에서도 임명안 투표를 그대로 진행시켰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던 민주당 의원 전원은 본회의장에서 나가버렸다.

임명안 가결 직후 박수현 원내대변인과 같은 당 서영교·박범계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국회법 85조에 의하면 직권상정은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에만 가능하다"라며 "감사원장 임명과 같은 중차대한 안건에 대해 직권상정을 하는 건 헌법 위반이다. 국회의장은 꼭두각시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특히 △국회의장은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에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고 △국회법상 어떠한 안건이라도 반드시 무제한 토론의 실시가 보장돼야 하며 △투표권을 행사하려던 중 국회의장이 투표종료를 선언함으로써 투표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감사원장의 직무집행 등에 관한 가처분을 강구할 것이고, 국회의장의 사유권 남용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결산이 원래 처음이었고 황찬현이 6번이었는데, 갑자기 1번으로 상정해 단독처리 해버렸다”라며 “야당이 결산에 참여 안했다는 걸 일부러 보여주려는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민주당의 전략부재라는 평이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황 후보자 임명안을 막기 위해 내놓은 안은 필리버스터가 유일하다.

한편, 민주당은 황 후보자 임명안에 반발해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직후 비공개 의총을 열었다. 이후 5시 50분경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 앞에 모여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박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의사일정 중단을 반발하는 의원은 없었으나 개중에는 ‘보이콧은 안 된다’는 이견도 한 두명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총 분위기에 대해 “큰 흐름에서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는가를 반성하고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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