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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감독도 화수분?' 알쏭달쏭 선임 기준


입력 2013.11.29 09:40 수정 2013.12.03 16:20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두산, 감독교체 단행으로 파격행보 정점

준우승 감독 내친 가운데 선임기준 모호 지적

두산 김경문(왼쪽부터), 김진욱 전 감독과 송일수 신임감독. ⓒ 두산 베어스

스토브리그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는 두산 베어스가 감독교체 단행으로 파격행보의 정점을 찍었다.

두산이 지난 27일 김진욱 감독을 경질, 신임 송일수 감독을 임명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였다.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끈 감독을 갑작스레 경질한 것도 놀랍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신임 감독으로 택한 것도 의외라는 평가다.

김진욱 감독 후임으로 두산을 이끌게 된 송일수 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전신 긴테쓰 버펄로스와 한국 프로야구 삼성 등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현역 시절 주로 백업멤버로서 불펜 포수 역할을 수행했다. 1986년 은퇴 이후 긴테쓰로 돌아가 불펜과 배터리 코치를 역임했다. 2005년부터는 라쿠텐의 극동 담당 스카우터로 활약하기도.

2012년부터 두산 2군 감독을 맡아 현장에 복귀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생애 첫 1군 감독으로 승격하는 초고속 승진을 기록했다. 올해 63세인 송 감독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데뷔 감독이라는 독특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한화 김응용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최고령자이기도 하다.

떠나게 된 김진욱 감독은 2011년 성적부진으로 자진사퇴한 김경문 감독과 김광수 대행 뒤를 이어 두산의 제8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2시즌 139승 116패 3무(승률 0.541)를 기록하며 부임 첫해 4강, 올해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드러난 성적은 준수했다.

그러나 재임기간 내내 고비마다 용병술을 놓고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소극적인 운영으로 다잡은 우승을 놓쳤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더구나 올 시즌 이후 강력한 팀 개편을 추진하려던 두산 프런트와 팀의 미래를 보는 방향이 달랐던 것이 경질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는 부분은 두산의 감독선임 기준이다. 두산은 2001년 팀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 이후 최근 10여 년 내부 승격에 의한 감독선임을 고수하고 있다. 2003년 당시 두산은 김인식 감독의 후임으로 선동열 감독을 영입 1순위에 올려놓았다. 두산이 외부에서 감독을 영입하려했던 마지막 사례다. 하지만 선 감독이 삼성행을 선택하며 두산은 부랴부랴 하루 만에 당시 배터리코치였던 김경문을 후임감독으로 선택했다.

준비한 인사는 아니었지만 김경문 감독의 영입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약 7년 동안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시리즈에만 세 번이나 올려 놓았고, 안정적인 세대교체와 '화수분' 야구를 통해 오늘날 두산 야구의 토대를 구축했다.

김진욱 감독은 2011년 성적부진으로 김경문 감독이 사임하고 김광수 대행제체를 거쳐 시즌이 끝난 후 정식으로 감독직을 물려받았다. 당시에도 두산은 외부에서의 검증된 감독 영입설이 파다했지만 선택은 당시 1군 투수코치 김진욱 감독이었다. 두산 구단은 김 감독의 선임배경으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실력자로 코치 시절 선수들과 많은 대화로 뚜렷한 동기와 목적을 심어주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선수들로부터 신임이 두텁다"고 설명했다.

김경문-김진욱 두 감독은 스타일에서 유사성이 많았다. 모두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아니지만 두산에서 선수와 코치를 역임한 베어스맨 출신이다. 내부 승격으로 인한 감독 선임 당시 일반 팬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탓에 의문부호가 붙었던 것도 공통점이다. 결과적으로 두 감독 모두 지도자로 어느 정도 성공적인 업적을 남겼지만, 끝내 우승에는 실패했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김경문 감독은 2011년 성적부진으로 자진사퇴했고, 김진욱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경질됐다.

송일수 감독은 김경문-김진욱 감독과 같은 내부승격이라는 점은 같지만 그 외에는 연결고리가 희박하다. 송 감독이 두산 2군 감독을 맡은 것은 불과 1년 정도였고 특별한 성적을 올린 것도 아니다. 이전부터 팀에서 머물며 내부사정에 밝거나 확고한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말이 내부승격이지 사실상 외부영입과 큰 차이가 없는 인사다. 송 감독은 2004년 이후로는 주로 스카우트로서만 활동해왔다.

두산은 송일수 감독선임 배경을 "원칙과 기본기를 중요시하고, 경기 중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2군 감독 때에도 젊은 선수들에게 다가서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줬고,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감독을 선임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계약기간 1년을 남겨놓고 경질하며 결국 자신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우승을 못했다는 이유로 준우승 감독을 경질했으면서 그보다 경력이나 실적에서 크게 나을게 없는 초보 감독을 또다시 선임했다. 두산이 과연 무슨 기준으로 감독을 선임하는지 알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선수들처럼 감독도 화수분처럼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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