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치적 악용하면 국민 관심서 멀어질 것
안녕들 하십니까?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철도노조 파업과 민영화 등 사회현안에 대한 대자보다. 고려대학교에서 등장했다.
심상치 않다. 사실보다는 사회적 불만의 표출구로 활용될 수 있다.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 심각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학생들의 사회참여는 바람직하다. 건전한 비판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다만 염려되는 것이 있다. 그동안 평화로웠던 대학생들의 사회참여가 왜곡되게 나타날 가능성이다. 대학 5학년 등 취업난 심각하다. 가뜩이나 침울한 대학가다. 이념보다는 본질적 생활과 미래가 문제인 것이다. 이 와중에 대자보가 등장했다.
대자보는 ‘안녕들 하십니까’ 라고 묻는다. 그리고 사회적 현안에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벌써 서울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들이 대자보를 통해 참여하고 있다. SNS를 통해서는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안녕들 하십니까”에 “안녕하지 못하다”로 화답한다. 독특한 쌍방향 대자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태다. 최근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제목을 연상시킨다. “응답하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본격적인 사회참여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념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다. 생활과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만이다. 새로운 형태의 시국선언인 셈이다. 불만표출이 행동으로 나타날 경우 과격해질 수 있다. 벌써 온-오프라인으로 집단화 성향을 보인다. 사회적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사회적 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공권력을 동원해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
첫째, 정부는 철저히 귀 기울이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무관심해서도 안된다는 말이다. 어떠한 형태든 민의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적 여론을 일일이 경청하고 존중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정치적 악용 등의 여부를 먼저 따져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우리는 이 같은 경우를 많이 목도해 왔다.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대표적인 경우다. 결국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실과 다른 왜곡성 때문이었다. 정치적으로 심각한 변질을 했다.
불만의 분출이나 대변자가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눈치 챈 것이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사회불만 표출은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게 정부인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원로들과 지도층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권은 이들의 주장을 적극 끌어안는 모습이 필요하다. 정부 또한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둘째, 어떠한 경우라도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판을 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대자보다. 젊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부 정치세력은 내심 쾌재를 부를 수 있다. “가뭄에 단비 같은 현상”으로 부추길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모든 현안에 법과 제도의 우선을 이야기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원칙이 자칫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위법이 보이거나 그것을 조장할 수도 있다. 특정세력의 개입을 뜻한다. 일일이 법과 원칙을 통해 처리할 경우를 말한다. 심각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리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건전한 사회불만 표출의 경우는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만약 특정 정치세력의 개입이 있다면, 이 또한 인내력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 알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 정책의 대국민 홍보전략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국민불만은 간단하다. 이해부족과 소통부재다. 우리 정부의 대국민 정책홍보는 초보적 수준이다.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전격 시행”이거나 아니면 “꼼수”다.
투명하고 솔직하지 못하다. 어느 국가가 국민을 못살게 하는 정책을 펴겠는가. 반문해 보면 답답한 노릇이다. 사회적 불만도 이 같은 현상의 연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책시행에 있어 반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해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정부책임이다. 꾸준하게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책추진의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갑자기 나타나면 거부반응이 나오게 마련이다. 꼼수가 나오면 비난하는 게 본능이다.
대통령 단임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뭔가 급하게 성과를 내야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그러나 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결되어 있다. 추진에 앞서 충분한 컨센서스와 명분확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긴 안목으로 홍보전략을 수립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
철도파업으로 부각되는 공공부문의 민영화 문제도 그러하다. 얼마든지 시간이 있었다. 추진하든지, 하지 않든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정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노력을 게을리 했다.
단순히 반대여론의 강약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민영화가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국가가 힘들어 진다면 말이다. 그러나 공론화시키고 명분을 확보하는 작업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놓고 시끄러워지면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 ‘내가 X물을 뒤집어 쓸 필요가 있나’하는 복지부동인 것이다.
정당성이 있으면 정부는 기필코 추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며 기본이다.
본질적인 면에서 세 가지를 지적했다. 위기 상황이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다. 어느 K-POP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한 말이 생각한다. “노래를 입으로 부르면 귀로만 듣고 마음으로 부르면 마음으로 듣는다.”
지금 정부는 마음으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혜롭게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