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유독 장미인애만 항소한 속내는?
6년 동안 400여 차례 프로포폴 투약한 혐의
"치료 목적, 약물에 대한 의존성 없다" 주장
"중독? 난 프로포폴이 뭔지도 몰랐다!."
2013년 한해 연예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 가운데 하나는 검찰이 연예계를 정조준한 몇 가지 대형 수사였다.
우선 하나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수사였으며 또 하나는 불법 스포츠 토토 도박이었다. 둘 다 처음부터 연예계를 정조준한 사안은 아니었다.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준 몇몇 병원과 불법 스포츠 도박 운영자들을 검거한 것이 수사의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점차 관련 수사의 중심은 연예계가 됐다.
두 사건에서 모두 가장 주된 불법 이용자, 다시 말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 받은 이와 불법 스포츠 도박을 즐긴 이들이 유명 연예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검찰의 수사망은 연예계로 정조준 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불법 스포츠 토토 도박 수사는 김용만으로 시작해 탁재훈 이수근 토니안 등 연예인 10여 명이 기소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어 가는 분위기다. 또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역시 방송인 에이미로 시작해 이승연 박시연 현영 장미인애 등으로 확산됐다.
사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문제는 오래 전부터 연예계가 떠안고 있던 시한폭탄이었다.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은 사실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투약이 별 문제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2011년 초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하루아침에 수면유도제이던 프로포폴이 마약류가 됐다.
연예인들이 애초 프로포폴이 투약할 당시만 해도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에서 수면마취를 위한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평소 잠이 모자라고 누적된 피로로 힘겨워하던 연예인들은 하나 둘 프로포폴의 강력한 수면마취 효과에 중독돼 갔다. 2011년 이전만 해도 합법이었던 터라 연예인들 사이에선 프로포폴이 치료를 위한 수면마취제가 아닌 피로회복을 위한 최상의 약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문제는 이미 다수의 연예인이 프로포폴에 중독된 상황인 2011년 초 갑자기 이 약이 수면마취제에서 마약류로 돌변한 것이었다. 물론 법이 바뀐데 맞춰 약을 끊으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 약이었다면 마약류로 지정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2011년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투약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되긴 했지만 수면마취제로서의 활용은 여전히 합법적이다. 강력한 마약류 진통제 역시 병원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빈틈을 활용한 의사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치료 목적으로 가장해서 허위로 진료기록까지 해가며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준 것.
2011년 초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뒤 중독됐던 이들이 약을 끊는 데 필요한 시간으로 2년여의 시간을 준 검찰은 2013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몇몇 병원이 적발됐다. 그리고 해당 병원에서 불법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 중독된 것으로 보이는 몇몇 연예인들이 함께 수사 선상에 올랐다.
먼저 사법 처벌을 받은 방송인 에이미 이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이승연 박시연 현영 장미인애 등이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먼저 현영이 사법처벌을 받았다.
다른 세 명의 여자 연예인에 비해 현영은 투약 횟수가 적어 정식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약식 기소돼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검찰의 약식 기소를 받아들임에 따라 현영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실을 인정한 게 됐다.
이후 정식 재판을 통해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도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세 여자 연예인 모두 각각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405만 원, 370만 원, 550만 원 등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재판 내내 세 여자 연예인은 불법 투약 사실과 중독성을 강하게 부인하며 치료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인 투약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승연과 박시연은 1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최근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는 박시연은 소속사를 통해 “항소하지 않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승연 역시 항소를 포기했다. 두 여자 연예인 모두 판결을 받아들이고 자숙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선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이번 논란을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2013년 발 검찰의 연예계 수사가 모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였지만 장미인애가 유일하게 항소하면서 관련 재판은 201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참고로 잠시 검찰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국민적인 스타인 A를 수사 중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연예인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수사는 없으며 당장은 관련 수사의 계획도 없다”고 밝혀 한동안 추가 수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미인애는 항소 기일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승연과 박시연이 항소를 포기한 데 반해 장미인애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준 혐의로 재판을 받아 역시 유죄 판결을 받은 병원장 두 명도 각각 항소장을 접수했다.
장미인애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6년 동안 모두 400여 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장미인애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내내 “카복시 등 고통이 수반되는 주사를 맞는 병원 치료를 받이 위해 의사의 정당한 처방을 받고 수면 마취를 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장미인애의 한 측근은 “다른 두 여자 연예인처럼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지만 본인이 너무 억울해하고 있다”면서 “정작 본인은 프로포폴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프로포폴에 중독돼 불법 투약했다고 유죄 판결을 받고 나서 상당히 억울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항소심에서도 장미인애 측은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나 중독성은 없었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 1심 과정에서 장미인애 측 변호인은 장미인애의 프로포폴 투약이 피부 미용 등의 관리 목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변론을 통해 장미인애 측 변호인은 “연예인들은 대중으로부터 화려한 결과를 요구받는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운동하지 왜 피부시술 받았나’라고 물었는데 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부분 별로 관리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고통 속 시술을 해야 하는 연예인 특성을 간과한 기소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었다.
항소심에서도 이런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 이를 입증할 증거 자료도 추가적으로 법원에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의 입장도 단호하다. 검찰은 장미인애 측의 무죄 주장에 대해 “투약기간과 회수, 그리고 빈도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도 거짓 진술로 일관하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이승연과 박시연의 경우 1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은 데 따라 역시 항소를 하지 않고 재판부의 1심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유독 장미인애 측만 항소함에 따라 검찰 역시 장미인애의 항소에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개월여의 재판 과정을 통해 2013년 한 해 동안 연예인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이 다양한 뉴스를 양산한 데 이어 2014년에도 장미인애의 항소심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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