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vs 1994, '비교해보니...'
캐릭터, 출연진으로 비교한 '응사'와 '응칠'
미숙한 반영, 남편 찾기 급급, 풀 숙제 여전
사실 처음 tvN에서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한다고 했을 당시만 해도 의문부호가 많았다. 워낙 대박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낸 소위 ‘이명한 국장 라인’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대표적인 이명한 국장 라인으로 가장 유명세가 높은 나영석 PD보다 더 핵심 인맥으로 손꼽히던 이들이다.
다만 그 동안 예능국에서 주로 활동해온 이들이 만들어 내는 정통 드라마라는 부분이 의문 부호였다. 예능국에서도 시트콤은 제작하지만 정통 드라마를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신 PD 역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한 경험이 있지만 정통 드라마와 시트콤은 분명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 더 우려감이 큰 부분은 출연진이었다. 주연을 맡은 서인국은 CJ E&M의 대표적인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슈퍼스타K' 시즌 1의 우승자이지만 가수로 데뷔해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한 가수였다. CJ E&M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서인국을 기용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신들이 만든 연예인에게 다시금 스타 등극의 기회를 주는 것은 보기 좋았지만 배우 경험이 없는 가수 서인국을 주연으로 기용하는 것이 너무 큰 모험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여주인공 역시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로 역시 배우 경험이 거의 없는 가수다. 이처럼 남녀 주인공을 가수로 결정하면서 방송가의 시선은 '응칠'을 정통 드라마보단 시트콤으로 인식했다. 유명 예능 PD와 작가, 그리고 가수들이 남녀 주연으로 포진됐기 때문이다.
인피니트의 호야, 가수 출신 방송인 은지원 등 주요 출연진 대부분이 가수 출신이다. 그나마 배우인 신소율이 가세했지만 당시만 해도 신소율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신예배우였던 터라 모험수이긴 매한가지였다.
성동일 이일화 등 중견 배우 라인에는 연기파 배우를 배치했지만 성공일의 기존 캐릭터가 워낙 코믹에 가깝다는 부분 역시 '응칠'이 정통 드라마보단 시트콤에 가깝다고 보는 시선에 일조했다.
게다가 당시 케이블 TV 채널들이 자체 제작한 드라마가 여러 편 방영됐지만 케이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우려 섞인 시선은 그냥 단순한 걱정일 뿐이었다. '응칠'은 평균 시청률 7.6%, 최고 시청률 9.5%를 기록하며 케이블 TV 자체 제작 드라마의 신기원을 일궈냈다. 공중파로 환산하면 30~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상의 성과로 그만큼 '응칠'은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응칠'은 시트콤보다는 독립 영화에 가까운 드라마였다. 새로운 시도였던 터라 출연진 캐스팅부터 초반 홍보 과정에선 어려움이 많았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응칠'이 초반부엔 엄청나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회를 거듭하며 '응칠'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초반부 방송분의 재방송 역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다운로드 시장에서도 대박이 났다.
당연히 서인국과 정은지 등 주연 배우를 비롯해 신예 신소율은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스타로 등급했다. 모험수라고 여겨지던 '응칠'이 스타 탄생의 장이 된 것.
'응칠'의 후속편인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제작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응사'의 제작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별도의 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매스컴과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됐고, 스타 탄생의 장이라는 점이 이미 입증된 만큼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서로 소속 배우를 출연시키기 위해 줄을 섰을 정도다.
'응사' 역시 '응칠'처럼 주요 출연진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번엔 너무 많은 배우들이 서로 출연하려 하면서 최상의 카드를 고르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 그러다 보니 대형 연예기획사의 기대주들이 대거 출연하게 됐다.
우선 여주인공 고아라는 SM엔터테인먼트 연기자 파트의 유망주로 인기 유명세와 인기는 확보하고 있었지만 대표적이 없던 예비 스타였다. 그렇지만 고아라는 '응사'를 통해 아직 종영도 되기 전에 톱스타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정우는 권상우 김민준 박용우 등이 소속된 벨엑터스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이미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기대주로 손꼽히던 배우다. 유연석은 김선아 성유리 이동욱 이광수 윤진이 등이 소속된 킹콩엔터테인먼트의 기대주이며 김성균은 하정우 최원영 주진모 정경호 염정아 등이 소속된 판타지오의 주요 스타다. 이처럼 정우 유연석 김성균 등은 모두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가 키우는 최고의 기대주 들이다.
김성균의 경우 이미 연기파 조연 배우로 굳건한 자리를 지키며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충무로 최고의 신예 스타였다. 이번 '응사'에선 기존 강인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귀여운 이미지로 자신의 연기 스팩트럼을 확실히 넓히는 데 성공했다.
또한 손호준 역시 티아라가 소속된 코어콘텐츠미디어에서 키우는 신예 배우이며 B1A4의 바로와 타이니지의 도희 등은 아이돌 스타들이다.
그만큼 '응사'는 방영 초기부터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또 하나의 대박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대주이던 고아라 정우 유연석 둥은 스타 등극에 성공했으며 김성균은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손호준 바로 도희 등도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며 스타 등극에 성공했다.
또 한 번 스타 등극의 장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만큼 내년에도 3편이 제작될 경우 더욱 치열한 출연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응사'는 '응칠'의 기록을 뛰어 넘어 케이블 TV 드라마로는 신기원인 평균 시청률 10% 장벽까지도 곧 뛰어 넘을 태세다. '응사'와 '꽃보다 누나', '응사'와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가 연이어 방송되는 금요일과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는 공중파 방송사들이 tvN에 밀릴 정도다.
'응칠'과 '응사'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는 성동일과 이일화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확실히 빛나고 있다. '응사'와 '응칠'이 묘하게 연결된 '응사' 17회 '사랑, 두려움 Ⅱ: 응답하라 1997' 편은 평균시청률 8.3%, 순간최고시청률 10.6%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특히 성동일은 성나정의 아빠와 성시원의 아빠로 1인 2역까지 소화해내며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하는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냈다.
'응칠'이 부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부산 지역색이 강하게 풍겼다면 규모를 키운 '응사'는 주요 배경을 서울로 옮겼다. 그렇다고 지역색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의 하숙집을 배경으로 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하숙 대학생을 중심으로 지역색에 균형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90년대 한국 사회의 커다란 화두 가운데 하나가 지역감정을 서서히 극복해낸 것임을 이 드라마의 하숙집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응사'가 남긴 숙제도 있다. '응칠'이 당시 시작된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1997년의 추억과 현실을 적절히 섞어냈다는 부분이 드라마 대박의 원인이었다면 '응사' 농구 팬덤을 적절히 그려내진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응칠'이 성시원의 남편이 누군지를 미스터리로 풀어내며 아이돌 팬덤 문화를 다뤄냈다면 '응사'는 농구 팬던 문화보다는 성나정의 남편 찾기에 너무 집중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만약 시리즈 3편이 제작된다면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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