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증권업계 'M&A'가 기회될까
업황 침체로 매물 증권사들 제값 받을지 여부 관심
자산기준 업계 4위인 현대증권의 매각이 공식화되면서 최근 업황 침체와 거래대금 감소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증권업계가 본격적인 구조개편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인수·합병(M&A)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어느때보다도 증권사들의 M&A 촉진에 불씨를 당기고 있다.
현재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 동양증권, 잠재적 매물인 KDB대우증권까지 총 4개사의 대형증권사들이 새주인 찾기에 돌입했다.
특히 KDB대우증권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합병 논의가 마무리되는대로 내년 8월께 매각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어서 잠재적 매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아이엠투자증권, LIG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대기표를 뽑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증권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수순으로 가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로 5개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형 투자은행'의 문이 활짝 열렸지만 현재의 규모로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산 규모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이정수 금융투자협회 증권서비스본부장은 "지난 20여년간 증권사 매물이 이렇게 많이 나온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특히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을 인수할만한 주체가 많지 않은 지금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M&A에 승부수 던진 증권사, 제값 받기 가능?
최근 M&A 시장에 나온 증권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제값에 팔리느냐 여부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어있는 M&A 시장에서 가뜩이나 부진한 증권사의 제값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현재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맞춰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가격이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이 낮아진 상태다.
또한 우리투자증권 노조측에서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앞둔 현시점에서 거론되고 있는 매각 가격은 개별 회사의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민영화 만을 위해 무리하게 끼워팔기를 진행해 패키지 전체 매각 금액이 개별 회사의 장부가격의 합보다 하회하는 입찰결과를 불러왔다"며 반발했다.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도 가격 부분이 매각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현대 현대상선의 장부가격이 59441억원으로 시가 대비 매우 높아 매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환우선주를 포함한 현대증권의 시가총액은 지난 1조3000억원 규모이고, 현대상선의 지분가치는 3067억원으로 50%의 프리미엄을 붙여도 4601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저축은행과 선박펀드 등 매각 가치가 장부가 대비 낮을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를 보유한 것이 매각 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경쟁사 대비 많은 인력으로 인한 높은 비용율과 낮은 생산성 등이 매각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라며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시에 노조와의 적극적인 협의하에 구조조정에 대한 추가 비용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현대그룹 측에서 높은 매각 가격을 고수할 수 있어 M&A 추진 과정에서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합종연횡 피하고, 시너지 고려
M&A시장에 들어온 증권사들이 점차 늘고 있는 만큼 가격 때문에 시너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M&A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가격에 맞춰 M&A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합종연횡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다.
한기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기존에 증권사를 경험적으로 운용한 경험이 있다고 새로운 증권사를 인수했을때 시너지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한화증권이 푸르덴셜을 인수하고도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경영악화로 이어진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시너지만을 고려할 때 우리투자증권이 IB 역량을 확대하려면 NH보다는 KB와 합쳐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KB투자증권은 규모면에서 중소형사임에도 DCM(채권발행시장) 분야에서는 강자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시너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현대차 계열인 HMC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 등 범현대가에서 현대증권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유력해 보이는 현대차그룹이 침체된 증권 업황과 강성 노조를 전부 끌어안고 갈 만큼 현대증권에 대한 인수 의지를 불태울지는 미지수다.
하태경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시너지는 업황과 M&A기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현재 증권업황이 워낙 부진한 상황이라 M&A가 이뤄진다고 해서 바로 시너지가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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