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스포츠 결산]류현진-추신수 활약 돋보여
강동희 승부조작, 기성용 SNS 파문 등 그림자도
스포츠는 2013년 한 해 동안 각본 없는 드라마로 온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다.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대활약, 축구대표팀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등 스포츠 팬들이라면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시계가 돌아간 2013년이다.
반면, 그림자도 공존했다. 한국 농구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연루 파문을 비롯해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기성용의 SNS 부적절 발언,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약물 복용 등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도 존재했다.
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 류현진 '괴물 본색'
올 한 해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온 선수는 역시나 LA 다저스의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공개한 인물 검색에서 클라라에 이어 전체 2위, 스포츠 스타로는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성, 첫해부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입단 당시 류현진이 계약한 6년간 3600만 달러의 거액에 놀란 야구팬들은 그가 빅리그에 연착륙하자 오히려 헐값이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② 82년생 황금세대들의 한미일 야구 정복
지난 2000년 한국 야구 청소년 대표팀은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멤버들을 비롯해 동갑내기 선수들은 어느덧 한국 야구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먼저 추신수는 FA 자격을 얻은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379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사인했다. 마이너 시절 눈물 젖은 빵을 먹었고, 아내 하원미 씨의 극진한 내조 덕으로 성공신화를 쓴 그의 이야기가 공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을 마친 이대호도 FA 권리를 얻어 소프트뱅크와 2+1년간 20억 5000만엔(약 208억원)에 사인했다. 이만하면 일본 내에서 최고 대우라 할만하다. 추신수의 부산고 동기인 정근우는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4년간 70억원에 계약했고, 오승환 역시 일본으로 진출해 한신과 2년간 9억 엔(약 94억5000만 원)에 계약하며 돈방석에 앉았다.
③ 퀸연아, 올림픽 2연패 이상무!
1년 여 만에 현역으로 돌아온 ‘퀸연아’ 김연아의 연기는 거침이 없었다. 김연아는 지난 3월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218.31점으로 무난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와는 20.42점이나 점수 차가 여왕의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이미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에게 남은 관문은 내년 2월 열릴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내년이면 피겨 선수로서는 환갑인 25세가 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량과 연기력을 볼 때 여왕에 근접할만한 적수를 딱히 찾아보기도 어렵다. 큰 실수만 범하지 않는다면 올림픽 역사상 세 번째로 2연패를 이루게 된다.
④ LPGA 평정, 박인비 위시한 태극낭자들의 선전
박인비의 등장은 한국을 넘어 세계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임에 분명했다. 박인비는 LPGA 투어 US 여자오픈 우승을 비롯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까지 거머쥐며 메이저 대회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비록 대망의 캘린더 그랜드슬램에는 실패했지만 세계랭킹 1위 복귀는 물론 LPGA 올해의 선수, 상금왕 등 무수한 이력들이 뒤따랐다. 태극낭자의 활약은 박인비 뿐만이 아니다. 신지애, 이일희, 박희영 등 올해 LPGA 28개 대회 가운데 11개 대회를 한국 선수들이 휩쓰는 기염을 토해 여자골프 최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⑤ 축구 8회 연속 월드컵 진출
아시아에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전 세계로 넓혀봐도 8회 연속 본선행은 브라질(20회),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은 세계 여섯 번째 진기록이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강희호는 최종 예선 3경기서 1승 1무 1패로 부진했고, 결국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 앞서 간신히 본선진출권을 따냈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이란과의 홈경기에서는 상대 감독의 부적절한 매너로 본선 진출의 기쁨보다 분노가 더 끓어올랐다.
⑥ 이제는 빙속 강국, 이상화 7연속 우승
피겨에 김연아가 있다면, 빙속에는 이상화가 있다. 이상화는 올 한 해 무려 4개의 세계기록을 작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체력이 많이 소진된 12월에만 무려 3개의 세계기록을 수립해 올림픽 2연패 전망을 밝게 했다.
이상화의 여자 500m 4번의 세계신기록 경신은 ‘빙속 전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7회)에 이어 전설급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2월, 소치 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는 전통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이 아닌 이상화로 점쳐지고 있다.
⑦ 강동희 감독 승부조작 연루 파문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특히 순박한 인상과 성격 좋은 이미지로 많은 농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강동희 전 감독이 승부조작에 개입,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강 전 감독은 브로커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팬들의 실망감이 더욱 컸던 이유는 강 전 감독이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난 9월, 강 전 감독은 KBL 출범 후 처음으로 영구제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며 농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⑧ 기성용 SNS 조롱글 파문
최강희 전 감독을 향한 기성용의 비밀 SNS 조롱글은 축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파문 후 홍명보 감독은 “내 사전에 SNS란 없다”며 대표팀 선수들에게 자체를 촉구했고, SNS가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각종 TV 토론 등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병역혜택과 결혼 등 좋은 일만 가득하던 기성용도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SNS 계정을 모두 삭제한 기성용은 축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팀에도 복귀했으며 최근에는 EPL 데뷔 후 첫 골까지 넣는 등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다.
⑨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해외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테러는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 사건이었다. 당시 결승선 부근에서 선수들이 골인하던 도중 갑자기 폭발물이 터지며 3명이 사망, 260여 명이 다친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SNS 등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현장 상황은 아비규환임에도 불구하고 부상자들을 돕는 시민들의 모습이 목격돼 큰 감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이번 폭탄테러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보안이 대폭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⑩ 스포츠 스타들의 얼룩진 약물 복용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스포츠에서 약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듯 하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권위의 투르드프랑스 7연패를 차지하는 등 사이클계 전설로 자리매김한 랜스 암스트롱이 약물 복용으로 영구제명됐다. 물론 그가 이룬 대기록 역시 말소된 상태다.
약물은 암스트롱뿐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역시 그동안 만연해있던 약물을 뿌리 뽑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다. 지난 2011년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던 라이언 브론은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돼 올 시즌 잔여 경기(65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빅리그 최고 연봉자 알렉스 로드리게스 또한 최장기간인 211경기 출장정지를 받아 최고의 스타에서 약물스타로 전락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