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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실종’ 방태현, 모든 걸 잃었다…UFC 생존 기회는?


입력 2014.01.05 10:08 수정 2014.01.05 10: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무기력한 경기내용 실망감..타이스모프에 완패

인내심 약한 UFC, 다음 경기 선수생명 걸어야

방태현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내용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SPOTV 동영상 캡처)

한국인 UFC 7호 ‘철권(鐵拳)’ 방태현(31)이 데뷔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임현규-강경호와 나한히 출격한 방태현은 4일(한국시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34'에서 메어백 타이스모프(25·오스트리아)를 맞아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판정패했다.

타이스모프는 타격과 그래플링이 모두 균형 잡힌 파이터로 이름값에 비해 알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숨은 강자 중 하나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방태현의 경기는 국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 일단 경기 결과를 떠나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철권이라는 닉네임과 어울리지 않았다.

방태현의 공격 패턴은 너무 단순했다. 타이스모프는 활발히 스텝을 밟으며 펀치와 킥은 물론 테이크다운까지 고르게 섞어주는 올라운드 파이팅을 선보인 반면, 방태현은 옥타곤 중앙을 선점한 채 한방 펀치만 노렸다.

물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방태현은 강력한 펀치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하드펀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펀치 외에 다른 무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펀치마저 자주 내지 않고 지나치게 아껴 경기 내용은 지루하게 흘러갔다.

타이스모프 입장에서 방태현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편했다. 방태현이 들고 나온 패는 단 한 장으로 이를 잘 피한 타이스모프는 별다른 위기상황도 맞지 않았다. 반면 타이스모프 언제 어디서 무슨 패를 낼지 몰라 방태현의 수비부담은 컸다.

타이스모프는 단순한 방태현의 파이팅 스타일을 제대로 분석하고 나온 듯 보였다. 1·2라운드에 사우스포 스탠스로 경기를 이끈 방태현이 3라운드에서 라이트 펀치를 살리기 위해 오소독스로 바꾸기 무섭게 타이밍 태클을 성공시킨 게 이를 증명한다.

방태현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잃은 것이 너무 많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파괴력 좋은 상대의 전천후 폭격을 견디어 냈다는 것은 그만큼 근성과 내구력을 입증한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했다.

UFC 주최 측이 네임밸류가 크게 높지 않고 공백 기간이 길었던 방태현을 전격 영입한 배경에는 한 방의 펀치력을 갖춘 화끈한 스타일을 보여 달라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화끈하지 못한 펀처가 승률도 좋지 못하다면 오래 기다려 줄 리가 없다.

펀치를 살리기 위해 방태현은 다른 여러 무기를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카운터를 노리는 펀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니 킥을 들고 나온 듯싶었지만 타이밍을 완전히 읽혀 시도할 때마다 반격을 당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철장까지 몰아놓고도 주먹이 나가지 않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답답해진 세컨에서 활발한 펀치공격을 주문했지만 방태현은 이를 잘 실행하지 못했다.

페이크공격도 거의 없었다. 날렵한 상대에게 큰 펀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혼란을 줄 수 있는 잔펀치나 속임 동작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펀치가 각각 끊어져 타이스모프가 너무 쉽게 방어할 수 있게 했다. 니 킥 같은 공격도 펀치와 함께 이어졌다면 명중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역공은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속임수도 타이밍도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스텝도 잘 살리지 못했다.

경기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던 만큼 다시 기회가 주어질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방태현은 바뀌어야 한다. 한창 일본 무대에서 날리던 시절에도 펀치 말고는 특별한 무기가 없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강펀치와 완력이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신체능력이 좋고 다양한 테크닉을 갖춘 UFC 상대들에게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윤동식(42·팀윤)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반에는 부진한 행보를 보이다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려 확 터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당시 윤동식은 유도계의 거물이라는 명성이 있었고 무대도 동양인들에 관대한 일본 단체였다.

방태현이 뛰고 있는 무대는 미국 UFC다. 방태현으로서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다음 게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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