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월 재보선서 단행했던 새누리당 "위헌 소지 있어..."
'불리' 예상되는 안철수측 "국민과 약속이니..." 페지 힘실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개혁특위는 7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활동 기한인 오는 31일까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 등 지방자치 선거제도와 교육감 등 지방교육자치 선거제도 개선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루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출마예정자들을 비롯해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공천제가 유지되면 지역에서 당선이 보장되는 정당의 공천 획득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폐지될 경우 조직 불리기와 얼굴 알리기가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들의 공통공약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치권에서 논의된 출발점은 지난 18대 대선이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정치개혁을 위해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먼저 행동에 옮긴 쪽은 새누리당이었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기초단체 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공천을 하면서 상반된 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장이 뒤바꼈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새누리당에게 공을 넘겼지만,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당내 이견으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 시간만 끌어오던 여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최근 정치개혁특위를 설치하고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민주 “국민과의 약속이다”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하더라도 대안을 제시해서 대안이 마련된 후에 해야 한다”며 “앞으로 위헌 소지가 있고 실제적인 부작용이 있는 부분을, 위헌적 개혁을 새누리당이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003년 위헌판결을 내렸던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전문가들, 또 우리측 진술인 3분, 야당측 3분 등 총 8명이 참석한 공청회를 거쳤다”면서 “거기 나온 8분의 공통 의견 중 하나는 ‘현재 지방의회 공천을 대책 없이 폐지하는 것은 명백하게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정치개혁특위가 주최한 ‘정당공천 및 정당표방 관련 판례 분석’ 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무공천제도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초위원에 대해서만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경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모두가 국민 앞에 약속한 사항”이라며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약속했고 국민도 원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이제 와서 오락가락 우왕좌왕 할 일이 결코 아니다”라며 “다음 달이면 예비후보 등록, 공식적인 지방선거 일정에 돌입하게 된다. 새누리당이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조삼모사 할 이슈는 결코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권리, 기초선거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 드리자”면서 “모든 국민이 원하고 있고, 정치권이 다함께 실천을 다짐한 국민과의 약속, 그리고 정치혁신의 다짐인 정당공천제 폐지를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하면 안철수 신당이 가장 불리하다”
이처럼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안철수 신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당공천제가 사라지면 인지도도 약하고 조직도 없는 신당의 정치신인이 현직 단체장을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두고 신당과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신당보다 지지율이 두배 가량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방인 호남에서조차도 신당에게 열세인 상황이다. 결국 안방을 지키고 야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신당보다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호남지역의 대부분 현역 기초의원·단체장들이 민주당 소속인 가운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역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신당 측은 ‘안철수 신당’의 인지도는 높지만 인물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또 민주당에 비해 조직력과 자금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프리미엄’이 필수사항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신당 측 출마자들은 사실상 무소속으로 선거를 뛰어야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신당이 가장 불리하다”며 “특히 호남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봤을 때 현역은 누가 봐도 민주당이지만, 신당 측 후보는 ‘안철수 마크’를 뗄 경우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즉 ‘안철수가 밀어주는 후보’라는 최대 무기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측 “우리하게 불리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이다”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쟁상대인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 하는 것이다.
새정추에서 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제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이며,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지방자치는 중앙정치 엘리트들의 권력유지 수단이 됐고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에 예속 당해 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가 발표한 개선안은 대국민약속을 저버리고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려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공약 상당수가 후퇴하는 지금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만일 위헌소지가 있다면 박 대통령은 위헌이 담긴 내용을 공약으로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신당에게 불리한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한테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불리하더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단계적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우선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짓고 자세한 내용은 추후 여야가 같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당공천제 폐지가 우선순위임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인사는 “기본적으로 개념이 없는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 신당 측 인사들 중 극히 일부를 빼면 구 의원이 뭔지 아는 사람도 제대로 없을 것이다. 송 의원도 당선되고 바로 민주당을 떠났기 때문에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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