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상실' 아시아, HOF 헌액 가능한가
노모 5% 미만 득표로 자격 상실..박찬호 2년 뒤 가늠
추신수 어렵고 류현진 가능성..이치로 헌액 유력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9일 2014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입회 대상자를 공식 발표했다.
기자단 투표 결과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프랭크 토마스가 명예의 전당에 새롭게 헌액됐다.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큰 족적을 남긴 전설들이다. 올해 명예의 전당 결과가 국내 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모은 이유는 아시아 출신 투수 노모 히데오(일본)가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아시아선수가 명예의 전당 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것은 노모가 처음이다.
박찬호와 LA다저스에서 함께 뛰었던 노모는 국내 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노모는 메이저리그 통산 123승 109패 평균자책점 4.24의 성적을 기록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을 위한 보증수표로 불리는 통산 300승에는 절반도 못 미쳤다.
사실 관심사는 노모가 후보선정 첫해 자격유지 기준인 5%를 넘길 수 있느냐에 쏠렸다. 그러나 노모는 1.1%(6표)의 저조한 득표율에 그쳐 자격을 상실했다.
노모의 득표율은 바로 2년 뒤 박찬호의 운명을 가늠해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2016년에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를 자격을 얻는다. 메이저리그 17시즌 124승(98패)에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전체적인 성적은 노모와 비슷하다.
많은 이들은 노모와 마찬가지로 박찬호가 첫해 명예의 전당 후보에서 5% 미만의 득표율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이다.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이라는 상징성을 제외하면 개인 타이틀이 전무하고 전성기도 짧았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거론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박찬호의 업적은 큰 이정표다.
명예의 전당은 입성은 물론 후보에 오르는 조건부터 까다롭다.
10년 이상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해야 하며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헌액 대상 선정은 매년 한 차례 미국야구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투표로 진행되며 75%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입성이 가능하다. 피선거권을 얻고 매해 5% 이상의 지지를 받는다면, 최대 15년 동안 자격 유지가 가능하다. 15년 동안의 투표에도 입성하지 못한다면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역시 75% 이상을 득표하면 구제가 가능하다.
한국인 선수는 언제쯤 명예의 전당을 노릴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인 풀타임 메이저리거는 류현진과 추신수 뿐이다. 이중 류현진은 20대 중반에 한국프로야구 경력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오느라 올해가 2년차에 불과하다. 추신수 역시 20대 중반인 2008년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288, 104홈런, 105도루, 출루율 0.389을 기록 중이다. 누적 기록을 중시하는 메이저리그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에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
다만, 류현진은 앞으로 10년간 올시즌 만큼의 성적을 유지한다면 박찬호의 아시아 최다승 투수 기록 경신을 노릴 수 있고, 호타준족인 추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의 200-200(홈런-도루) 혹은 300-300이 커리어의 최대목표가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아시아선수 중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도전할 수 있을 만한 후보 1순위는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가 첫 손에 꼽힌다.
이치로는 2013시즌까지 통산 2742안타를 기록 중이다. 3000안타까지는 258개가 남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모두 28명뿐이고, 이중 24명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3000안타는 곧 명예의 전당을 향한 보증수표라고해도 손색이 없다.
이밖에도 최다안타왕 7차례(2001, 2004, 2006~2010), 타격왕 2차례(2001, 2004)를 차지했고, 메이저리그 최초로 데뷔 후 10년 연속 3할-200안타를 동시에 달성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조지 시스러의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 치웠다. 1973년생으로 박찬호와 동갑인 이치로가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을 떠올릴 때, 더욱 놀라운 업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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