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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달러 기적 없다' 철폐에도 갈 길 멀다


입력 2014.01.15 11:02 수정 2014.01.16 09:46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 폐지-보류권 단축 ‘긍정적 변화’

외국인선수 몸값 폭등 우려 목소리..2군 활용법 마련 필요

메이저리그 출신 루크 스캇이 SK 와이번스와 30만 달러에 계약해 논란이 됐지만, 앞으로 이 같은 기적은 볼 수 없게 됐다. ⓒ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이 폐지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2014년 1차 이사회를 열고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을 완전히 철폐하는데 합의했다.

몸값 상한선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연봉총액 30만 달러를 넘길 수 없다는 규정이다. 하지만 몸값 상한선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 KBO가 구단의 선수영입을 일일이 확인하고 제재할 수단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타 리그에서 몇 배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는 거물급 선수들이 유독 한국무대에 진출하면 일괄적으로 3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발표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내년부터 국내 구단들은 연봉 총액에 제한받지 않고 합법적으로 시장가에 따라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알고도 속아주던 '30만 달러의 기적(?)'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KBO 이사회는 또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할 때 전년도 몸값의 25%로 제한한 연봉 인상 상한 규정도 폐지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국내 구단의 보류권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보류 기간에 소속구단이 동의하면 해당 선수를 국내 타 구단으로 트레이드할 수 있는 조항도 추가했다.

보류권은 한국무대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대표적인 독소조항 중 하나로 꼽혔다. 예전엔 구단이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 의사가 없더라도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게 되면 5년간 보류권을 갖게 된다. ‘나 가지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외국인 선수들이 타 팀으로 가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꼼수로 악용될 소지가 커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KBO 이사회는 당초 보류권의 완전폐지를 염두에 뒀지만 2년으로 합의했다. 이는 일부 외국인 선수들의 고의적인 태업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막 차원이다. 기존 팀에 불만을 갖고 문제를 일으키거나 이적을 원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보류권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고의적으로 태업을 하더라도 방지할 만한 장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소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외국인 선수 제도가 조금이나마 현실화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외국인 선수영입을 둘러싼 불필요한 잡을 없애고 투명한 시장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그동안 구단 간의 암묵적인 동의 속에 유지돼오던 몸값 상한선이 폐지되면서 뒷돈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 폭등을 저지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기왕 외국인 선수제를 현실화한다면 장기적으로 2군의 외국인 선수보유한도를 늘리거나 외국인에게도 국내 선수와 마찬가지로 FA제도를 허용하는 등의 변화도 생각해볼 만하다.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보유한도가 팀당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확대된다. 1군의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2군에는 제한 없이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값 비싼 빅리거 출신이 아니라도 마이너리그처럼 유망주들을 일찍 영입해 국내 구단들이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굳이 비싼 외화를 들여 한물간 빅리거들을 영입하는데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외국인 선수들끼리도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국내를 통해 육성한 선수들을 다시 미국이나 일본으로 되파는 역발상도 가능하다. 외국인 선수들을 잠시 머물다가는 용병으로서만 아닌 한국프로야구의 일부분이자 자산으로 자연스럽게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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