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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김소니아 탄생 기다린다


입력 2014.01.18 12:26 수정 2014.01.18 12:32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김연아-손연재와 달리 단체 스포츠서 스타탄생 ‘부가가치’

운동실력 떠나 팬들 즐겁게 하는 것도 가치 '모기업 광고채널' 한계 벗어나

김소니아가 보여준 넘치는 끼는 그가 루마니아서 모델로 활동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농구 외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 WKBL

‘피겨퀸’ 김연아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는 국내 비인기 종목이던 피겨 스케이팅과 리듬체조를 일약 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스포츠 선수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높은 대중적 관심과 인기는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과 역량을 발휘한 덕이 크지만, 수려한 외모를 바탕으로 각종 CF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못지않은 끼와 스타성을 발휘한 영향도 있다. 이 같은 끼와 스타성은 이들이 표현력과 연기력이 필요한 종목의 선수들이라 평소 기량연마를 위한 훈련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도 병행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국내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광고모델로 확실한 자리매김, 매년 엄청난 액수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김연아의 경우 매년 미국의 권위 있는 경제 전문 매체인 ‘포브스’가 발표하는 ‘지난 1년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여자 스포츠 선수’ 명단에서 마리아 샤라포바, 세레나 윌리엄스, 카롤리네 보즈니아키(이상 테니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상위권에 꼬박꼬박 이름이 오른다.

포브스가 김연아와 함께 소개한 이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은 1년 내내 세계를 돌며 투어를 펼친 결과로 얻은 상금도 주요 수입원이지만 그보다는 스폰서나 광고 수입이 몇 배 더 큰 수입원이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계 현실에서 김연아나 손연재 같은 선수들의 존재는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대다수 여자 스포츠 선수들은 여전히 끼나 스타성과는 거리가 먼 ‘운동선수’로서의 삶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배구나 농구, 핸드볼 등과 같은 구기 종목은 프로리그가 운영되고 있지만, 단체종목의 특성상 선수단의 일원인 선수 개인이 스타로서 부각이 되고 그와 같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껏해야 소속팀의 모기업이 취급하는 상품을 홍보하는 모델로 나서면서 가욋돈을 챙기는 정도가 소위 스타급 선수들이 연봉 외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일 춘천 호반체육관서 열린 2013-14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는 김소니아(춘천 우리은행)라는 혼혈 농구선수가 잠깐 동안 코트에 나와 비욘세의 ‘싱글레이디’에 맞춰 펼친 치어리더 댄스 공연 덕에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고 각종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등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벼락 스타가 됐다.

김소니아는 한국인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로서 루마니아 청소년 대표를 지냈고, 루마니아에서 화보 모델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 김소니아는 우리은행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아닌 주로 2군리그에서 활약하며 간간이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유망주다. 하지만 이날 김소니아가 보여준 넘치는 끼는 그가 루마니아서 모델로 활동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농구 외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소니아 외에도 ‘청주 아이유’로 불리는 홍아란(청주 KB스타즈), 깜찍한 외모로 신인임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신지현(부천 하나외환) 등 몇몇 선수들은 여자프로농구 코트에 ‘오빠부대’ 내지 ‘삼촌부대’를 불러 모으며 리그의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최경환 총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리그 흥행을 위해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그 말대로 순조로운 스타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같은 여자프로농구의 스타 마케팅은 앞서 여자프로배구의 스타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것을 벤치마킹했다고도 볼 수 있다. V리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스페셜V’ 같은 TV 매거진 프로그램을 통해 리그 자체는 물론 선수 개개인에 대한 스타마케팅을 통해 많은 팬들을 코트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이 같은 매거진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코트에서 보여주기 어려웠던 끼와 예능감, 그리고 숨겨졌던 미모를 드러내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올해는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19일 수원실내체육관)이 열리기 하루 전 열리는 ‘V팝 페스티벌’을 통해 김혜진(흥국생명), 곽유화, 고예림(이상 한국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등 V리그를 대표하는 미녀스타들이 인기 K팝 스타들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미는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에서 기량을 펼치는 것 외에 색다른 무대를 통해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는 단기적으로 볼 때 금전적으로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 선수는 꼭 운동을 잘 해야만 스타가 될 수 있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좀 더 다변화 된 재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선수 스스로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V팝 페스티벌과 같은 이벤트의 가치는 충분하다.

프로 스포츠와 프로선수의 존재 이유는 팬들을 즐겁게 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길이 멋진 경기와 기량을 펼치는 것에 한정됐다면, 지금은 멋진 경기와 훌륭한 기량뿐만 아니라 팬 서비스와 이벤트, 선수들의 빼어난 외모와 스타성 등 경기 외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 경기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팬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화려한 외출은 올스타전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경기력에 지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주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한국 프로 스포츠의 역할이 모기업의 광고 채널에 머무르는 것에서 벗어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양질의 콘텐츠로서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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