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격전지 점검>윤진식 항소심 무죄로 이시종 대항마 경주 급피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적으로 좀처럼 불이 붙지 않던 충북도지사 선거에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사실상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판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윤 의원은 지난 6일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윤 의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는 7일 충주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는 자나 깨나 충주의 발전을 생각해 왔고, 앞으로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고향과 충북 발전은 국회의원뿐 아니라 도지사가 돼도 할 수 있다”고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충주에 당분간 머물며 많은 시민을 만나 도지사 출마와 관련한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치겠다”면서 “출마 선언은 이런 과정들이 끝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 상대는 윤진식? 이기용? 서규용? 여론조사는 혼전
윤 의원이 사실상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새누리당 후보군은 이기용 충청북도 교육감,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3명으로 압축됐다. 자연스레 정가의 관심도 새누리당 당내 경선으로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미 당내에서 입지를 갖춘 윤 의원이 경선 레이스에서 다소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도당위원장을 거쳐 현재 충주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중앙당과의 교감도 현역 의원이라는 점에서 다소 유리하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가 남아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출마를 위해서는 의원직 사퇴를 해야 한다. 그럴 경우 연이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지역의 비난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이기용 교육감은 ‘정치 신인’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교육감 3선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교육계로부터 폭 넓은 지지와 도내에서는 나름 탄탄한 조직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 동문인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의 측면지원을 받을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서규용 전 농림식품부 장관은 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적인 상황이지만 뚝심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혼전 양상이다. 다소 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지난 1월 2일 발표한 다자간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이시종 현 충북지사가 26.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 교육감(13.8%)과 서 전 장관(12.7%), 윤 의원(9.7%) 등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주간경향’이 같은달 15~18일까지 실시한 양자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는 40.0%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서 전 장관의 45.2%에 비해 5.2%p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9월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가 다자 또는 양자 대결에서 1위를 놓친 첫 사례다.
지난달 26일 여론조사기관 ‘비전코리아’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의원이 31.8%의 지지율을 얻으며 이 지사(26.5%)를 5.3%p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육감은 8.5%, 서 전 장관은 1.9%로 나타났다.
누가 나와도 청주고 동문 싸움...최대 관심사는 6년만의 재격돌 성사여부
흥미로운 점은 새누리당 후보군 가운데 누가 나와도 청주고 동문간의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청주고 39회인 이 지사는 서 전 장관과 동기다. 윤 의원은 39회로 입학했지만 졸업은 40회다. 사실상 이 지사-서 전 장관-윤 의원은 50년지기인 셈이다. 이 교육감은 이들보다 3년 선배인 청주고 36회다.
지난 1995년 민선 출범 이후 지금까지 치러진 5차례의 도지사 선거에서 청주고 동문간 혈전이 벌어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패신화’, ‘6년만의 재격돌’ 등 후보간 인연도 흥밋거리다.
이 지사와 이 교육감이 맞붙게 될 경우 한쪽의 ‘선거 불패신화’가 깨질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민선 1~3기 충주시장 선거와 17대·18대 총선, 2010년 도지사 선거 등 모두 6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 교육감은 교육감 3선을 성공하며 3전 전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지사와 윤 의원간 대결은 최고의 관심사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초접전을 벌인 이후 6년만의 재격돌이다.
이 지사와 윤 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걸어온 길뿐 아니라 고지식할 정도로 업무에 집중하는 성향도 닮았다.
이런 두 사람이 최초로 격돌한 것은 지난 2008년 4월 제18대 총선이었다. 국회의원이자 민선 충주시장을 3차례나 지낸 이 지사와 여당이 전략 공천한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윤 의원이 ‘의원직’을 두고 충주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후보 등록 때 “경쟁은 하더라도 우정은 변치 말자”며 포옹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늘 그렇듯 승리의 여신은 한쪽의 손만을 들어줬다.
개표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 순위를 주고받으면서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결국 최후에 웃은 사람은 이 지사였다. 하지만 표차는 겨우 1582표차로 아슬아슬했다. 당시 충주지역에서는 선거운동기간이 며칠만 더 있었더라도 결과는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결국 이번에 재대결이 성사될 경우 이 지사는 ‘방어전’을, 윤 의원은 ‘설욕전’을 벌이는 입장에 서게 된다.
숨은 변수 ‘안철수 신당’ 양자구도냐? 다자구도냐?
어느 선거나 그렇듯 충북지사 선거에서도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안철수 신당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북지역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중이지만 신당이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선거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당이 충북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거물급 인사 영입설도 나오지 않으면서 양자, 다자구도 모두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이 지사가 유리하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문제는 민주당과 신당의 선거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만약 새누리당 예비후보자 가운데 누군가 신당에 합류할 경우다. 지역에서 나름 기반을 갖춘 인사가 신당의 바람을 등에 업게 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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