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가 약한 박원순-안철수의 동지적 결합 가능성 상존
돛만 올렸다고 배가 항해를 할까. 아니다. 바람도 있어야 한다. 파도는 적당해야 한다. 키를 잡는 항해사도 있어야 하며, 선원들의 의욕도 있어야 한다.
6.4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제각각 승리를 위한 돛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정당이, 혹은 누구의 배가 순항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돛을 올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선거의 백미는 안철수 신당(이하 새정추)의 영향이다. 야권이 재편과 함께 집권 2년차를 맞는 여권에게도 큰 변수다.
어떻게 될까.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폭발력이 약할 것이라고 한다. 상당한 파괴력으로 정치권 재편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정추’의 성공여부는 따로 있을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의 관계가 그것이다. 알려진대로 양인의 관계는 동지적 관계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결과다. 두 사람의 동지적 교류가 이번에도 이어질지 관건이다. 흔히 “정치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고 한다. 현재까지 어느쪽도 깊은 레토릭은 없다.
다시 말해 적으로 돌아설 단초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복잡한 실리적 계산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모르는 두사람만의 교감 때문일 수도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게 아니라는 것이다. 왜 두사람의 동지적 교감이 중요한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차기 대권을 위한 연대와 상징성 때문이다. 차기대권은 두 사람 모두가 목표이기도 하다. 어쩌면 대립적 관계, 혹은 경쟁적 관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동지로서 교감이 이루어진다면 다르다. 이 경우가 중요한 것이다.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 상징성도 중요하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현 시장이자, 유력한 차기 시장후보다. 대권의 교두보가 서울시장이다. 정치권의 판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박원순 현 시장의 가치다.
새정치라는 기치를 들고 있다. 기득권과의 유일한 대결세력으로 지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철수 의원의 가치다.
이런 두사람의 동지적 결합인 것이다. 기성 정치권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소설을 써보자. 동지적 결합가능성을 가정해서다. 이번 지방선거를 두고 말이다.
안철수 의원이 경기지사로 출마할 경우다. 서울시장 출마가능성도 나왔다. 단언할 수는 없으나 가능성은 낮다. 박 시장과의 관계 때문이다. 차기대권을 바라본다면 굳이 박 시장을 적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 박 시장 또한 그렇다. 서로가 필요의 존재다.
만약 박 시장이 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를 하고, 안 의원이 경기지사에 출마해서 승리를 했다. 엄청난 정치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결합이 된다면 기성 정치권은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서울과 경기를 내주는 형국이 된다. 박 시장이 민주당 후보라도 그렇다. 안 의원이 경기지사를 비롯해 직접 출마를 할 경우, 새정추의 국민적 관심은 높아진다.
비록 가정이기는 하나, 새정추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민주당은 곤혹스럽다.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안 의원이 경기권을 흡수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민주당이 흔들리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박 시장이 새정추와 결합하는 계기도 된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동지적 교감은 공인된 명분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얘기일까 싶다. 장담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자의든 타의든 두사람은 차기 대권에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력으로는 힘에 부친다. 어떻게든 세를 불리고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
야권의 중심에서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에서, 안 의원은 신당에서, 제각각 경쟁과 대립할 경우는 실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에서 힘을 키우고, 후일 화학적 결합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박 시장은 민주당을, 안 의원은 새정추를 통해서다. 반목 보다는 동지적 신뢰를 기반으로 말이다. 서울과 경기를 장악하는 것이다. 현 상황이 그 기반을 만드는 시기로 봐야 한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안 의원은 이념적 성향은 없다. 새로운 정치인물이다. 중도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 재벌들의 모임인 V소사이어티 회원이었고 의대 교수 출신이다. 박 시장은 이념적 성향이 짙다.
시민운동가로 지지를 받았다. 진보진영의 대표격으로 평가된다. 국보법 폐지론자였고 변호사 출신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을 갖고 있다. 단점과 장점이 골고루 나눠져 있다. 결합될 경우 효과가 큰 이유다. 안 의원의 대중성이 박 시장을 끌어올렸다. 박 시장의 이념적 성향이 안 의원의 정치적 기반을 보완했다. 2003년 포스코 사외이사를 같이 했다. 박 시장의 희망아카데미 ‘소셜다자이너 스쿨’에 안 의원은 고정강사였다. 아름다운 재단 조직시 자청해서 재단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모습이다. 결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권을 향한 ‘선과 후’를 정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다. 기성 정치권이 순진한 것일 수 있다. 가만보면 그렇다.
두 사람은 바다로 나간다. 항해를 위한 돛을 올렸다. 그러나 그 돛은 어쩌면 두 개가 아니라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더 좋은 바람과 파도가 어디에 있는지, 너무도 잘아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목적지가 같다. 더할나위 있으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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