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금메달 치명타…멀어져 가는 '톱10'
남자 쇼트트랙 사실상 노골드, 메달 목표 수정 불가피
피겨·여자 쇼트트랙 추가 못하면 12년 만에 최악 성적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 아니 러시아 선수 빅토르 안 재림으로 인해 한국 선수단에 비상이 걸렸다.
그의 결정적인 한 방에 남자 쇼트트랙은 전멸 위기에 놓였다. 안현수가 지난 15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가운데 한국의 남자 쇼트트랙은 금메달은커녕 여태껏 단 하나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당초 기대했던 금메달 2개를 따내지 못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무난하게 2연패 했고, 모태범은 워낙 네덜란드의 기세가 무서웠기 때문에 크게 염려될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쇼트트랙에서 어느 정도 메달을 추가하면 당초 예상했던 금메달 4개 이상, 10위권 진입은 무난할 듯했다.
그러나 남자 쇼트트랙이 사실상 전멸한 데다 여자 쇼트트랙에서도 중국 기세에 밀리면서 그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남자 쇼트트랙에서는 1000m는 물론 1500m에서 당초 예상했던 메달을 따지 못했다. 더구나 1000m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매번 금메달을 땄던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단 하나의 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남자 쇼트트랙이 1000m에서 전멸한 것은 역시 안현수를 위시한 러시아의 급상승세 영향이 컸다. 안현수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 등 두 명의 러시아 선수가 파이널A에 올라왔고 이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갔다. 안현수의 황제 재림과 맞물려 이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노골드'가 아니라 '노메달'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신다운은 1000m 결승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지난 10일 1500m 준결승에서 넘어지면서 탈락한 그는 1000m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했지만 명예회복은 좌절됐다. 이에 앞서 이한빈도 준결승 레이스 도중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이 올림픽 전략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남자 선수들이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던 것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이 유일했다. 당시 남자 쇼트트랙이 메달을 거둬들이지 못하면서 한국 선수단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순위에 만족했다. 그 상황이 12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이제 남자 쇼트트랙에 남은 종목은 500m와 5000m 계주뿐인데 500m는 한국의 전략종목이 아니고 5000m 계주는 이미 결승 진출에 실패한 상태다. 이미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하나씩 가져오는 러시아의 급성장과 비교돼 더욱 초라해진 남자 쇼트트랙이다.
쇼트트랙의 몰락으로 이제 한국의 전략 종목은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과 여자 쇼트트랙 밖에 남지 않았다. 김연아가 확실하게 금메달을 따준다면 금메달을 2개로 늘릴 수 있겠지만 이미 10위 벨라루스가 금메달 3개를 확보한 터라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결국 10위권 진입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려면 여자 쇼트트랙에서 남아있는 1000m와 30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 4개로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 여기에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종목과 팀 추월 등에서 메달을 획득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톱10'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톱10'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평창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하는 일도 없고 다른 나라에 망신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위한 보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12년만의 최악 성적을 맞이하게 된 것은 역시 남자 쇼트트랙의 몰락이 결정적이었다. 안현수를 놓친, 버린 대가는 이처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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