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여운’ 김연아, 비극에 대처하는 자세
‘판정논란’ 전 세계 분노에도 의연함 유지
아쉬운 은메달이기에 김연아앓이 더 뜨거워
‘피겨퀸’ 김연아(24)가 2014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았다.
이상화, 조해리 등과 함께 덩실덩실 강강술래를 펼치며 전 세계에 차기 개최지인 ‘2018 평창’을 홍보했다.
팬들은 김연아가 여전히 “대한민국의 귀여운 여동생”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연아는 여전히 ‘순수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현역 마지막까지 순수하게 피겨 스케이팅을 즐겼다. 김연아는 은반 위에서 미끄러지는 감촉, 사뿐하게 도약해 익사이팅하게 회전하는 쾌감의 순간들을 만끽했다.
귀청이 떨어지는 팬들의 비명, 전 세계 언론의 취재 열기, 올림픽이 주는 긴장감마저 ‘강심장’ 김연아에겐 부담이 아닌 행복한 추억이었다.
보통의 선수 같으면 올림픽 2연패가 좌절된 후유증이 얼굴에 조금이라도 묻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성취욕에 얽매이거나 사사로운 욕망에 구속되지 않았다. “항의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억울하거나 속상한 마음은 없고, 그저 지금의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싶다”며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김연아는 이미 피겨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 2연패 클럽에 가입한 것을 축하한다”는 카타리나 비트의 말처럼, 또 “네가 챔피언”이라는 딕 버튼의 축전처럼 김연아는 불세출의 피겨 거장이 됐다. 피겨 100년 역사상 최초로 올포디움(출전한 모든 국제대회 3위내 입상)도 달성했다
국제빙상연맹(ISU)은 벌써 김연아만 바라본다. 세계 피겨 발전을 위해 힘써달라는 주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부뚜막 고양이’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김연아 위상을 빼앗아갈 순 없었다.
김연아는 선수생활 17년을 마무리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정든 곳을 떠나면 누구나 허탈하기 마련이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김연아는 17년 동안 겪었던 편파판정에 대해 아무래도 좋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저 마지막 올림픽에서 꿈꾸던 ‘클린 연기’를 실현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마음씨를 가졌기에 가능했던 자세와 발언들이다. 이제 소치올림픽 금메달 따윈 중요치 않다. 오히려 마무리가 비극이었기에 전 세계 유력 외신과 전현직 선수들이 더 지독한 ‘김연아 앓이’에 빠졌다. 비극이 하나의 전설로 승화됐다.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국민의 목소리, “꼭 행복해야 한다”는 SBS 박선영 아나운서의 바람, 김연아 손을 맞잡고 함께 눈시울 붉힌 선배 방상아 해설위원 등 모두가 김연아의 제2의 인생 건승을 기원하고 있다..
명작의 기준은 ‘여운’이다. 김연아는 팬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 채 스케이트 구두를 벗었다. 국민들이 천진난만한 여동생 김연아를 짝사랑하는 이유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