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외환은행장 내정 속 엇갈린 시선 '찻잔 속 태풍'?
"5년간 독립경영 보장한 '2.17'합의 어길 경우 강력 투쟁 나설 것"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후임 은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업계에선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연임을 점쳤다. 예상밖 인사조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32년 동안 외환은행에 근무한 내부 출신으로 은행 전반에 정통하고 가계와 기업금융 부문을 두루 거치면서 적극적인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환은행 내부에서도 내심 내부 인사 발탁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사실 윤 현 행장이 외환은행장으로 취임할 당시, 론스타 사태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미스테리 속에 하나금융에 매각된 점과 그런 가운데 외부 출신인 윤 행장이 외환은행에 낙하산으로 내려 앉으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이번 인사조치에 외환은행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면서 "하나금융그룹 내 화합과 상생을 통한 시너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우려도 나온다. 김 후보의 행장 내정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간 통합작업의 실현을 목적으로 둔 포석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예상할 수 있다.
아직 외환노조는 김 후보의 선임을 두고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하나금융간 통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의 갈등을 부드럽게 풀어갈 인물일지 우선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특히 무리한 통합작업을 추진한다면 '2.17 노사정 합의'를 어긴 것으로 간주하고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 합병 등의 문제로 진통을 겪어온 외환은행 노조 측은 김한조 사장이 적어도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 이후 5년 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일단 김한조 사장이 외환은행 내부출신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잘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조 입장에서는 5년간 독립경영 보장 합의를 훼손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협조할 것이 있다면 협조하고, 투쟁할 이유가 생기면 투쟁할 것"이라면서 "아직 김한조 사장의 공식적인 멘트가 없었지만 5년 간의 독립경영 보장 합의는 지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내부에서 김 후보는 정통 외환은행 출신으로 '소신'과 '뚝심'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윤용로 행장과는 달리 1982년 외환은행으로 입행해 32년 동안 개인·기업·글로벌 금융 등 여러 방면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평가 받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윤용로 행장은 최종면접에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지주에서 참석요구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스스로 불참을 결정했다"면서 "김 사장의 경우 정통 외환은행 출신이고 소신과 뚝심을 겸비한 스타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사장은 내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 인정받는 인물이다"라면서 "이번에 하나금융에서도 외환은행 측의 의견을 수렴해 고심해서 은행장을 교체하게 됐다. 정통 외환은행 출신의 인사가 선임됐으니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그간 하나금융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카드분사·통합을 반대해 왔다.
하나-외환 카드통합은 부실한 하나SK카드 정상화를 위해 외환카드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이며 외환은행 기업가치의 치명적 훼손이라 것이 외환은행 노조의 입장이다.
때문에 하나SK-외환 카드 통합에 대한 김 사장의 입장에 대해서도 노조는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SK카드는 지난 2011년 당기순익을 낸 뒤 지속적인 적자행진을 한 것과 달리 외환은행 카드는 꾸준한 순이익 구조를 유지했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시 외환은행은 자산 2조8000억원 무상 이전과 자본금 6400억원을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외환은행 영업력이 심각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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