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북한 비방에도 '침묵' 지키며 '원칙' 고수
북 '드레스덴 연설'에 원색비난, 청 "대북정책 원칙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 이후 북한의 원색적인 비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사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옛 동독지역의 명문 종합대학인 드레스덴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공동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3대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부터 북한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화답 대신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의 롤 모델로 독일의 통일 사례를 제시한 점, 빈곤을 비롯한 북한 내 인권 문제를 언급한 점 등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남조선 집권자의 저급한 외교’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제 집안에서나 조잘대며 횡설수설하는 아낙네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세상 사람들로부터 할 말, 못할 말도 못 가리는 저급한 정치인이라는 손가락질이나 받기 안성맞춤”이라고 비난했다.
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일 ‘입부리를 놀리려면 제 코부터 씻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는 체면도 없이 독일 통일에서 ‘배울 것이 많다느니, 모범을 따르고 싶다느니’하며 아양을 떨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독일의 통일을 언급한 것을 서독식 ‘흡수통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신문은 박 대통령이 외신의 보도를 인용해 북한 내 인권 상황을 지적한 것을 두고 “동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모독”이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최근 외신보도를 통해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경제난 속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고,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었다”면서 “지금 이 시각에도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북한은 내정 간섭과 북한 체제에 대한 모욕으로 오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선 탈북·인권·통독 언급 땐 북한 '침묵'…'원칙' 반발보단 '외부효과' 노린 듯
다만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왔던 원칙을 고려할 때,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발언들은 문제의 본질보다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탈북자 문제를 언급했고, 지난해 5월 빈프리트 크레취만 독일연방 상원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독일 통일을 지켜보면서 한국 국민도 큰 희망을 갖게 됐는데, 독일 통일의 소중한 경험을 한국과 나누는 등 협력과 조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개막식에서는 “인도적인 측면에서 지금 북한의 주민들이 배고픔과 또 인권유린 등으로 굉장히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통일이라는 것은 그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된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북한의 바람직한 태도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비방이 아닌 북한의 실태를 알리기에, 은폐보다는 공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모든 발언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하지만 북한은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행태에 박 대통령의 발언 외에 다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는 협상 주도권 확보와 내부 결속, 탈압박 시도 등을 들 수 있다.
결국 북한의 행태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반발보다는 외적인 효과를 노린 수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점들로 미루어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북한의 반응과 관계없이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난해 개성공단 재개, 지난 2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이 모두 원칙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기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고해질 공산이 크다.
북한의 비방에 대한 청와대의 무(無)대응도 원칙을 깨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행태와 상관없이 우리 정부의 원칙은 앞으로도 계속 가져갈 것”이라며 “상호 비방·중상 중단의 경우에도 이미 북한에 의해 합의는 깨졌지만, 청와대는 합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맞비방 등 별도의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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