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커트..' 롯데, 화끈·화려와의 아름다운 결별
화려하지 않지만 끈질긴 커트로 투수 괴롭히며 3연승 견인
근성 있는 출루형 타자 늘어..물고 늘어지는 타선으로 변신
롯데 자이언츠 타자들이 달라졌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 타선은 공격적이고 화끈한 타선이었다. 이대호(소프트뱅크)와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등이 상위 타선을 구성하던 시절엔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과거 화끈한 타선에서 끈질긴 타선으로 변모했다.
상하위 타선에 고루 포진했던 해결사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근성 있는 출루형 타자들은 늘어났다. 리드오프 이승화와 김문호, 하위타선의 황재균, 문규현, 정훈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선구안과 커트 능력을 앞세워 상대 선발들과 끈질긴 승부를 주도한다. 투구수를 늘려 클린업 트리오에 타점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달라진 롯데 '끈질긴 커트'
가장 대표적인 타자가 5일 삼성전에서 9번타자로 출장한 정훈이다.
정훈은 4-2 앞선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삼성 선발 릭 밴덴헐크에게 무려 15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공을 뿌리는 밴덴헐크의 공을 커트해 파울을 양산하며 투구수를 불어나게 했다.
선구안도 빼어났다. 1회말 제구가 잡히지 않은 밴덴헐크의 스트라이크는 커트하고 볼은 골라내면서 볼넷 3개로 무사 만루를 만든 뒤 4번 최준석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번 이승화-2번 김문호-3번 손아섭의 끈질긴 선구안과 타석에서의 절제가 어우러진 기선제압이었다.
롯데는 이어진 기회에서 강민호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와 황재균의 우중간 2루타를 묶어 대거 4득점, 삼성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발목 부상으로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전준우 대신 좌익수로 나서는 김문호의 끈질긴 승부도 롯데의 공격 옵션을 추가하고 있다.
올 시즌 달라진 롯데 타선의 끈질긴 승부는 데이터로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삼진 개수다. 롯데 타자들이 올 시즌 당한 19개 삼진은 9개 구단 최저다. 삼진 1위(51) KIA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 9개 구단 중 삼진 20개 미만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그만큼 한 방을 노리는 타격보다는 ‘치고 나가겠다’는 팀 타격이 이뤄지고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삼성 밴덴헐크는 5회를 마치기도 전에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설 정도로 롯데 타자들의 끈질긴 커트와 선구안에 혀를 내둘렀다. 투구수 조절에 실패한 밴덴헐크는 5회 쐐기 투런 한 방에 백기를 들고 강판했다.
'손석히 트리오' 본격 예열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이슈는 외국인 타자들의 불 뿜는 타격 경쟁이다. 조쉬 벨(LG)-브렛 필(KIA)-호르헤 칸투(두산)-루크 스캇(SK)-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등은 이미 홈런 경쟁을 이끌고 있고, 펠릭스 피에(한화)는 정교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아직도 외국인 타자의 가세 없는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반대로 외국인 타자의 도움 없이 국내 타자들로만 팀 타율 3위(0.286) 출루율 2위(0.494)에 올라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히메네스까지 가세한다면 롯데 타선은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8년 만에 친정 롯데로 복귀한 최준석이 드디어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최준석은 4-2 앞선 5회말 밴덴헐크의 빠른 직구를 걷어 올려 좌중월 투런 쐐기포를 쏘아 올렸다. 8년 만에 롯데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복귀포. 최준석은 이날 4타수 2안타(홈런 포함) 2득점 4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4번타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손아섭 역시 7일 윤성환을 상대로 싹쓸이 2타점 3루타를 뽑아내고 8일 밴덴헐크를 상대로 3타수 2안타로 영점 조준을 끝냈다. 이제 다음주 LG전에 나설 루이스 히메네스만 가세하면 롯데의 클린업 '손석히 트리오'는 전천후 출격한다. 여기에 전준우까지 본격 가세하면 롯데 타선의 짜임새와 중량감은 배가될 전망이다.
3연승 롯데의 원동력 '근성 야구'
개막전 1패 이후 파죽의 3연승, 롯데의 상승세다. 롯데는 6일 현재 3승1패(승률 0.750)로 승률 2위 SK(0.714)를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팀 타격도 상위권인 동시에 마운드도 1위다. 팀 평균자책점 3.00은 9개 구단 중 1위다.
9개 구단 중 최소경기(4)를 치른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다. 주포들이 이제야 예열되고 본격 합류할 예정인 롯데 입장에선 최다 잔여경기를 가진 셈이다. 올 시즌 군에서 제대한 좌완 장원준과 장성우 가세로 투타 양면의 깊이도 더했다.
과거처럼 화려한 스타 군단은 아니지만 팀의 응집력과 끈끈함은 과거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디펜딩 챔프 삼성을 연패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은 화끈 아닌 끈질긴 승부였다. 화려함을 버리고 끈질긴 악바리로 변신한 롯데의 초반 상승세가 심상찮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