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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기록 이상의 가치 ‘격이 다른 해결사’


입력 2014.04.07 11:04 수정 2014.04.07 12:0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챔피언결정전 4차전, 자기희생 속 팀 승리 견인

초라한 개인성적표 불구, 찬사 받는 이유

양동근의 챔피언결정전 개인기록은 초라하지만, 그의 팀에 끼치는 영향은 여전히 막강하다. ⓒ 울산 모비스

양동근(33·울산 모비스)이 한국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무대를 밟은 건 올해로 5번째다.

양 팀 통틀어 KBL 챔프전 경험이 가장 풍부한 선수다. 챔프전 MVP도 두 차례나 차지했다.

하지만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챔프전은 양동근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전매특허인 폭발적인 돌파와 득점력이 예전만 못하다. 4차전까지 평균 득점이 8.5점이다. 그나마 19점을 기록한 3차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3경기에서는 평균 득점이 5점으로 줄어든다.

더구나 주전 포인트가드임에도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어시스트가 단 3개에 불과하다. 포인트가드의 어시스트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양동근이 이번 챔프전에서도 평균 36분이 넘는 시간을 소화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LG는 이번 시리즈에서 양우섭을 양동근의 전담 마크맨으로 기용하고 있다. 하프라인에 걸쳐 숨 돌릴 틈 없이 압박해오는 양우섭의 철저한 그림자 수비에 양동근은 공을 제대로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느덧 노장 대열에 들어선 양동근의 체력과 기량이 예전만 못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1·2번을 겸하는 이대성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고 이지원 역시 정통가드가 아니다보니 양동근에게 짊어진 과부하가 심한 탓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비스에서 양동근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3차전에서 양동근은 3쿼터까지 단 2점에 묶였으나 4쿼터에만 3점슛 3개 포함 17점을 몰아넣는 폭발력으로 대추격전을 이끌었다.

비록 제퍼슨의 마지막 위닝샷을 막지 못해 석패했지만 20점 가까이 벌어진 점수를 한때 동점까지 따라붙었을 만큼 양동근의 막판 쇼타임은 강렬했다. 여전히 필요할 때 한방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경기였다.

4차전에서 양동근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록만 보면 양동근은 이날도 극도로 부진했다. 36분 뛰면서 2점 3리바운드 1스틸에 그쳤고 어시스트는 단 하나도 없었다. 누가 봐도 양우섭에게 또다시 꽁꽁 묶인 경기였다.

하지만 정작 모비스는 이날 완승했다. 양동근은 자신을 희생해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길을 택했다. 기록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양동근은 이날 코트를 누빈 어떤 선수들보다 활발하게 코트 전체를 누비고 다녔다. 양동근이 양우섭 등 전담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는 동안 4:4 대결에서 모비스가 우위를 점했다.

가드인 양동근이 오히려 포스트맨이나 슈터들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는가 하면, 반대편으로 공을 받아 돌아 나오는 척하며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는 장면이 수차례 반복됐다.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은 양동근의 어시스트나 다름없는 찬스들이 많이 나왔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초라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이날 양동근의 활약을 칭찬했던 이유다.

양동근은 농구인생 내내 주연으로 살아왔던 선수다. 하지만 이제 어느덧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위치가 되면서 자신이 빛나지 않아도 팀원들을 빛나게 하는 것이 곧 승리하는 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다. 기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양동근의 가치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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