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피해자가 사기범죄 원인 제공자라구?"
정보유출로 범죄 악용된 사실 인정하면서도 보상은 "과실 따져보고..."
정보유출로 인한 첫 피해가 확인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금융권의 보상수준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큰 기대는 오산이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건을 정보유출로 인한 사고가 아닌 사기사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데 소비자의 잘못도 보상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 결국 정보 유출 피해자가 사기범죄의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출 정보를 악용한 사기범들에게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아이러니하게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에게 개인정보를 맡긴 죗값을 톡톡히 치루게 됐다.
10일 서울 강북경찰서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고객 정보 5만건이 추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에는 단순 유출이 아닌 불법 대출모집에 이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고객정보가 범죄에 이용된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며 "유출된 정보는 텔레마케팅(TM) 영업에 활용됐고 이 중 10명이 사기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10명 중 2명은 씨티은행 고객으로 최종 확인됐다. 다른 8명은 경찰이 확보한 데이터베이스(DB)에 없어 파악 중이다.
경찰 발표를 보면 이들 일당은 자신들이 씨티은행 직원이라며 싼 이자로 대출해주겠다고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여기에는 고금리 대출은 받은 은행 고객의 명단이 활용됐다. 또 이들 일당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서민지원센터라고 속인 뒤 피해자에게 고금리 대출을 받게 했다.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에서 빠져나간 정보가 범죄에 이용됐다. 만약 금융회사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들은 불법대출을 안내하는 문자나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유출된 정보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건 맞지만 사기를 당한 사람도 잘못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소비자보다 금융회사 편에 선 모양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범죄는 은행이나 서민금융지원센터 직원을 사칭한 사기사건"이라며 "만약 본인이 주의했다면 사기피해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유출로 일어난 사고'가 아닌 '사기사건'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아울러 보상과 관련해 그는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범행에서 유출된 정보를 활용한 사실이 명명백백해지면 금융회사가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회사에서 유출된 정보로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보상하도록 하겠다는 과거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또 피해보상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도 없을뿐더러 과실 부분을 가려내는데도 피해자가 소송하는 등 직접 나서야 한다.
또 다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과거 카드사 정보유출 때 '전액보상'을 얘기한 것은 유출된 정보로 위변조가 발생했을 경우"라며 "이번 사례는 사기사건이다. 피해자 실수도 있기 때문에 전액보상은 어려워 보인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문제 금융회사에 적극적으로 보상하라고 지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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