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그리고 통한' LG 준우승이 남긴 것
챔피언결정전 우승 실패했지만 리빌딩 성공으로 미래 기약
‘우승 적기’ 놓친 것 아쉬워..다음 시즌 경쟁팀들 전력 상승
창원LG가 창단 첫 통합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뤘다.
정규시즌 우승팀 LG는 10일 울산 모비스와의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게 2승4패로 무너지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올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다. 문태종, 김시래, 김종규, 데이본 제퍼슨 등 호화멤버를 구축한 LG는 모비스-SK와 ‘빅3’를 형성, 치열한 경쟁 끝에 창단 1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의 쾌거를 누렸다. 시즌 막판에는 13연승의 파죽지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는 부산 KT를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두며 2000-01시즌 이후 13년만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올 시즌 LG의 돌풍 이면에는 꼼수에 의한 리빌딩이라는 그늘 또한 깔려있었다. LG는 2012-13시즌 농구판을 어지럽힌 고의 패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 6강 플레이오프 경쟁권에 있었지만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노리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LG는 결국 지난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을 영입했다.
물론 꼼수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귀화혼혈 FA 문태종을 1년 계약에 무려 6억8000만원의 최고 연봉으로 잡았고, 데이본 제퍼슨과 크리스 매시라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며 과감한 투자와 팀에 맞는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끌어 모았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끝판왕’ 모비스는 LG가 넘기에 힘든 벽이었다. 제퍼슨과 문태종의 원투펀치는 플레이오프에서도 화력을 과시하며 3차전까지 2승1패로 모비스를 위기에 몰아넣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4차전부터 로드 벤슨을 앞세운 모비스 높이와 수비가 살아나며 LG의 득점력은 뚝 떨어졌다. 믿었던 김종규 부진 속에 시리즈 내내 리바운드 싸움에서 계속 밀렸고, 문태영에게 6경기 연속 20실점 이상을 허용하며 수비도 실패했다.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제퍼슨과 문태종에게만 편중된 공격루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LG쪽에 다소 불리했던 파울콜도 선수와 벤치를 심리적으로 조급하게 만들었다.
올 시즌 성과가 LG에 던진 희망과 과제는 무엇일까.
일단 LG는 올 시즌 확실하게 리빌딩에 성공해 미래를 기약했다. 불혹이 된 문태종과의 계약연장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제퍼슨, 김종규, 김시래, 기승호, 김영환, 유병훈, 박래훈 등 기존 전력만 잘 유지해도 탄탄한 선수층으로 당분간 리그를 호령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우승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올해 우승 실패는 당분간 통한으로 남을 가능성도 높다. 일단 다음 시즌에도 경쟁팀 모비스와 SK는 핵심전력이 건재하다. 더구나 다음 시즌에는 하승진이 복귀하는 KCC도 기존 김민구, 강병현 등과 함께 무시 못 할 전력으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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