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은행권 금융사고…'모럴해저드' 화 키웠다
'낙하산 인사'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온정주의 및 오너십 부재 지적
시중은행 해외지점에서의 비리 및 부당대출, 대출사기, 고객정보 유출, 불완전판매 등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지고 있는 금융사고로 은행권의 허술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금융권에서 연이어 발생한 금융사고의 공통점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은행권의 '모럴해저드'의 배경으로 '낙하산 인사'와 '온정주의 문화"를 꼽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몇몇 지주·은행 CEO를 대상으로 이뤄진 '낙하산·외부 인사' 때문에 일선의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한조 외환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내부출신'이 CEO자리에 오르면서 내부 직원들은 "나도 CEO가 될 수 있다"며 사기가 오른 상황이지만 여전히 일부 은행권의 직원들은 여전히 낙하산 인사로 이런 기대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들이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 CEO로 승진할 수 있는 인사구조가 정착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회사에 충성해봤자 내 직급은 여기서 끝"이라는 불만이 쌓이면서 직원들의 도덕불감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당한 승진과 적재적소의 인사가 이뤄지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데 이런 인사구조가 정착되지 않은 곳이 있다"면서 "이러면서 흔히 '줄서기 문화'가 정착되고 줄서기에 실패한 인사들은 자신의 직장생활에 회의, 도덕불감증을 느끼고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히, 여전히 금융권에는 외부인사가 끼어 들어오는 일이 많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윗선으로 올라오면 직원들은 당연히 반감을 느끼고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도 금융권 '모럴해저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의 같은 부서에서 오랫동안 얼굴을 부딪히며 생활하다보면 '호형호제'하는 경우도 생기고, 이에 따라 작은 실수는 암묵적으로 눈감아주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온정주의 문화 때문에 은행 자체적으로 같은 부서에서 장기근속을 시키지 않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에서도 이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가까워진 고객과의 관계도 종종 금융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오너십' 부재가 각종 금융사고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주기적인 지주·은행권 CEO의 교체가 '단기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조직 하부로 전달되는 과도한 업무량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은행장들의 임기는 보통 2~4년으로 짧다. 하나·외환 은행장은 2년 임기에 1년 연장식이다. 우리은행 합병이후 임기를 마친 5명의 은행장의 경우, 평균 임기는 2년 4개월이다.
국민은행도 초대 행장인 고(故) 김정태 행장은 3년, 민병덕 행장의 임기는 2년 11개월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이백순 전 행장도 임기가 1년 9개월에 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일반 기업체의 CEO와는 다르게 금융권은 정기적으로 CEO를 교체하고 있어 CEO의 책임경영이 부족하다"면서 "때문에 단명하는 CEO들은 자신의 임기동안 어떻게든 실적을 내려고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