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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P 악화' 김광현 큰 그림, 어디부터 칠해야 하나


입력 2014.04.26 09:37 수정 2014.04.28 08:13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들쭉날쭉 피칭으로 안정감 떨어져..피안타-볼넷도 늘어

해외행 꿈 첫 걸음은 야구팬들 지지 이끌어낼 수준의 피칭

완전한 FA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이상, 김광현이 가장 먼저 어필해야 할 대상은 해외의 스카우터가 아닌 한국 야구팬들이다. ⓒ SK 와이번스

김광현(26·SK 와이번스)이 올 시즌 후 해외로 나갈 수 있을까.

올 시즌 개막 전 김광현은 “해외로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07년 데뷔한 김광현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려면 아직 멀었다. 다만, 올 시즌을 부상 없이 소화하고 아시안게임 대표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해외진출 자격이 생기는 7년은 채우게 된다.

하지만 완전한 FA 신분이 아니기에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없이 올 시즌을 풀타임 소화하는 것이다. 또 좋은 성적을 거둬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돼야 한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둔 후 야구팬들의 여론을 반영한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진짜 자격’이 생긴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은 한화 구단 동의 여부였다. 구단 내부에서는 팀 성적을 위해서라도 류현진을 놓기 싫어하는 눈치였고, 당시 신임 사령탑이었던 김응용 감독도 류현진의 해외진출을 반대했다. 김응용 감독은 야인 시절 류현진의 해외진출을 적극 찬성했던 인물 중 하나다.

결국, 한화 구단의 동의를 이끌어낸 것은 야구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이었다. 팬들은 ‘류현진은 해외에 진출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입을 모아 외쳤고, 류현진은 그러한 팬들의 지원사격 속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지난 겨울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한 윤석민(볼티모어)과 오승환(한신)의 경우는 완전한 FA 자격을 얻어 해외에 진출한 경우다. 그들의 도전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만으로 결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류현진과 같은 케이스다. 일단 성적을 인정받아 팬들의 지지를 얻은 후 구단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김광현은 프로 2년째인 2008시즌 MVP를 수상, 일찍 그 기량이 만개했던 선수다. 이후 2010시즌까지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매년 12승 이상 거두며 1년 선배 류현진과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은 류현진도 못한 기록이다. 현역 선수 중에는 임창용(1997~99년)과 배영수(2004~06년)만이 이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윤희상 등이 역할을 하던 3시즌 늘 부상에 시달렸고 부진했다. 3년 연속 4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김광현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적어도 올해는 전성기 기량을 회복해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선결과제 중 하나인 야구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

문제는 올 시즌 김광현의 피칭이다. 현재까지 5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 중이다. 운이 많이 따르는 승패는 논외로 치고,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기록이 괜찮은 듯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김광현은 이긴 2경기에서는 14이닝 무실점의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패한 3경기에서는 14.2이닝 13실점(9자책)로 부진했다. 특히, 3경기 모두 6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이재학과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NC전에서는 4이닝 던지고 강판됐다.

가장 큰 원인은 볼넷이다. 김광현은 올 시즌 9이닝 기준으로 6.0개나 되는 많은 볼넷을 내주고 있다. 이 정도면 ‘남발’이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첫 승을 따냈던 한화전에서도 3회까지 4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한화 타자들이 성급하게 승부를 걸지 않았다면 호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김광현이 올 시즌 에이스다운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준 것은 KIA전뿐이다.

성적이 좋았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3년 동안 김광현의 9이닝당 피안타는 7.3개, 볼넷은 3.6개였다. 하지만 부진했던 지난 3년 동안은 피안타가 8.8개, 볼넷은 4.6개로 좋았던 시절보다 각각 1개 이상씩 늘어났다. 이닝당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WHIP) 역시 1.22와 1.49로 큰 차이를 보였다.

WHIP는 투수의 투구내용을 알아볼 수 있는 직접적인 지표다. 소위 ‘특급’이라 불리는 에이스들은 보통 1.20 안팎의 WHIP를 기록한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7년 통산 1.15를 기록했다. 김광현도 그만큼 투구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김광현의 WHIP는 1.53으로 부진했던 지난 3년간보다 더 나쁘다. 9이닝당 피안타는 7.8개로 전성기 기록에 가깝지만, 볼넷이 훨씬 늘어났기 때문. 당장의 평균자책점이 좋다고 김광현이 그만큼 뛰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문제가 있다. 평균자책점은 결국 WHIP에 수렴하게 되어 있다. 지금과 같은 투구내용이 이어진다면 평균자책점도 그에 따라 높아지기 마련이다.

김광현이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그의 경기에 해외리그의 스카우터들이 찾아와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완전한 FA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이상, 김광현이 가장 먼저 어필해야 할 대상은 해외의 스카우터가 아닌 한국 야구팬들이다. 그 조건은 모두가 인정할 만한 뛰어난 성적이다.

‘김광현 정도면 한국을 대표해 해외에 진출해도 되겠다’는 공감대를 팬들로부터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김광현이 해외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가장 우선적 과제다. 지금처럼 투구내용이 나쁘고, 결과도 들쑥날쑥 하다면 팬들의 인정을 받긴 쉽지 않다.

시즌은 이제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시즌 초부터 해외진출 관련 문제로 이슈가 되는 것이 김광현 스스로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에 관한 논의는 시즌 종료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당장의 피칭에 신경 쓰는 것이 우선이다.

이대호-류현진 뒤를 이어 해외 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또 다른 선수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팬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과연 김광현이 올 시즌 성적을 통해 팬들을 공감대를 얻고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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