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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던 튀니지전…플랜B도 온데간데없다


입력 2014.05.29 08:14 수정 2014.05.30 10:0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사실상 베스트11 가동하고도 무기력한 0-1패

포지션에 사람만 바뀔 뿐 전술적 반전 없어 답답

튀니지전에서 패한 한국 축구대표팀. ⓒ 연합뉴스

평가전에서 결과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내용이 좋지 않아 결과까지 나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튀니지(FIFA랭킹 49위)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마지막 국내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것이 유력한 선수들을 튀니지전에 모두 투입하고도 안방에서 무력하게 졌다. 월드컵 열기를 고조시켜야할 출정식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 출정식에서 각각 보스니아와 에콰도르를 꺾고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이날 홍명보호의 베스트11은 직전 A매치였던 지난 3월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 때와 비교했을 때, 측면 수비수 윤석영이 가세한 정도를 빼면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이 멤버들이 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기력은 당시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국은 초반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전반 30분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공격루트는 단조로웠고 패스의 속도와 정교함이 모두 떨어졌다.

반면 수비에서는 이날 경기에서도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와 크고 작은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전반 44분 상대 미드필더 주하이에르 다우아디에게 얻어맞은 선취골은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 3명이 달라붙고도 튀니지 공격수 한 명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한국대표팀은 23명이 모두 모여 손발을 맞춘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동안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있었음을 감안했을 때, 100% 전력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전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벤치의 몫이다.

홍명보호는 역대 가장 많은 유럽파들로 구성된 팀이다. 자연히 유럽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박주영, 윤석영 등은 저마다 개인능력은 검증된 선수들이다. 그러나 몇몇 유럽파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홍명보호의 전력 자체가 요동치는 것은 한국보다 개인능력이 월등한 팀들을 상대해야하는 월드컵 본선에서 큰 약점이다.

홍명보 감독은 튀니지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흐름 속에서 분위기를 바꿀만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들어 기대에 못 미쳤던 선발멤버들을 교체하고 이근호, 김신욱, 김보경, 하대성, 지동원 등을 투입했지만 말 그대로 같은 포지션에 사람만 바뀌었을 뿐, 흐름에 영향을 끼칠만한 전술적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근호나 김보경의 공간활용 능력을 통한 배후 침투도 없었고, 제공권에 강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투입됐는데도 날카로운 크로스나 공중볼 다툼을 이용한 공격도 없었다.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을 투입했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벤치가 선수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출범 이후 홍명보호의 컬러는 한마디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축구다. 안정된 수비에 이은 빠른 공수전환이 뒷받침 됐을 때는 위력을 발할 수 있지만, 튀니지전처럼 압박과 체력싸움에서 밀리고 템포도 지지부진할 경우에는 단조롭고 지루한 축구가 되기 십상이다.

튀니지전이 좋은 예방주사가 됐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월드컵본선에서도 이런 수준의 경기력이라면 러시아나 벨기에를 넘는 것은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더 높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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