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vs 박주영' 브라질월드컵 최고 행운남은
즐라탄-팔카오 못 나온 월드컵에 핵심으로 등장
클럽에서의 활약 비하면 출전 자체가 '축복'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라다멜 팔카오, 카를로스 테베스, 가레스 베일, 마르코 로이스, 빅토르 발데스, 사미르 나스리, 프랑크 리베리, 알바로 네그레도..’
세계축구 올스타 명단이 아니다. 의심할 나위없는 탁월한 기량을 갖추고도 정작 ‘2014 브라질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한 비운의 선수 목록이다. 탈락자들만으로 베스트11을 구성해도 우승후보가 될 수 있다.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나 베일(웨일스)은 뛰어난 개인기량에도 정작 모국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팔카오(콜롬비아)와 발데스(스페인), 리베리(프랑스) 마르셀 슈멜처(독일) 등은 최종엔트리 승선이 유력했지만 부상에 눈물을 흘렸다.
테베스(아르헨티나)나 네그레도(스페인)는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이고도 같은 포지션에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경쟁구도에서 밀려 고배를 든 케이스다. 나스리(프랑스)는 표면적인 이유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해 대표팀에서 부진했지만 악동 성향이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로 제외됐다. 실력으로는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들이기에 팬들 입장에서는 이들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대조적으로 '행운'을 누린 선수들도 있다. 지난 시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거나 경쟁자들보다 특별히 우위를 점하지 못했음에도 당당히 월드컵 승선의 혜택을 누린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주영(한국)과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다.
홍명보호 부동의 주전 원톱으로 꼽히는 박주영의 2013-14시즌 출전기록은 총 3경기에 불과하다. 득점과 공격포인트, 슈팅, 풀타임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범위를 최근 3년간으로 넓혀 봐도 아스날 입단 이래 7경기에서 나섰고 그 중 리그 경기는 1차례에 불과했다.
아스날에서 전력 외로 분류돼 스페인 셀타비고와 2부리그 왓포드로 두 번이나 임대를 다녀왔지만 어느 팀에서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며 번번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한국에 박주영을 대체할 공격수가 없다"고 주장하며 그를 당당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발탁했다.
최근 아스날 방출명단에 포함된 박주영은 사실상 무적 상태나 다름없다. 1년간 리그에서 한 경기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그것도 소속팀도 없는 선수가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이라는 것은 월드컵 역사상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그럼에도 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호의 전술적 중심은 단연 박주영이다.
토레스는 박주영과는 또 다른 면에서 행운아다.
잉글랜드 첼시와 스페인 대표팀의 붙박이 멤버로 꾸준히 활약하며 중용된 것은 박주영보다 낫다. 하지만 2013-14시즌 33경기 9골의 성적표은 토레스 이름값이나, 첼시와 스페인의 주전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기준에는 함량미달이었다. 올 시즌만이 아니라 첼시 이적 이후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는 부진이다. 오랫동안 부진하다가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때쯤 한두 경기 반짝 살아났다가 다시금 침묵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하지만 토레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경험이 있다. 두 번의 유로대회와 한 번의 월드컵 제패로 이어지는 스페인의 황금시대에서 토레스의 이름은 항상 빠지지 않았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델 보스케 감독이 토레스의 경험과 이름값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것은 홍명보 감독의 박주영에 대한 믿음과도 유사하다.
토레스에게는 운도 따르고 있다. 유로 2012 당시 주전 공격수 다비드 비야의 부상으로 토레스가 공격수 1순위가 됐다. 제로톱을 주옵션으로 내건 스페인에서 토레스의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3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까지 올랐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도 토레스는 비야, 디에구 코스타와 함께 공격진에 이름을 올렸다. 비야는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고 코스타는 시즌 막바지 당한 부상회복이 더뎌 컨디션이 불투명하다. 현재로서 공격수 중 가장 몸 상태가 좋은 토레스가 스페인의 최전방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더구나 기복 심했던 토레스보다 올 시즌 리그에서의 활약이 더 좋았던 페르난도 요렌테나 알바로 네그레도가 최종엔트리에 낙마한 것을 두고 델 보스케 감독이 토레스의 대표팀 경험을 더 신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뛰어난 실력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월드컵 근처에도 가지 못한 비운의 선수들에 비해 박주영과 토레스는 축복받은 선수들이다. 다만, 큰 혜택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 두 선수가 올해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무임승차'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