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찬밥' 전략공천에 우는 원외당협위원장
고생따로 공천 따로 "왜 우리에게만 선당후사 요구하나"
‘미니총선’급으로 치러질 7·30 재보궐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주요 지역에 대해 사실상 전략공천 방침을 세운 것을 두고 원외당협위원장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재보궐선거의 경우 여야 모두 승리를 위해 전략공천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로 복귀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이후 최근 6·4 지방선거까지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을 외치는 상황에서 전략공천이 실시될 경우 ‘구태정치의 귀환’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당에서 아무런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공천’만을 바라보며 지역을 관리해 온 원외당협위원장의 경우 말 그대로 ‘울분’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전략공천으로 인해 그간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허동준 “왜 나에게만 선당후사를 요구하는가” 무소속 출마 시사
전략공천으로 인한 당내 반발이 가장 거세게 불어 닥친 곳은 바로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동작을’이다.
새누리당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도 거물급 인사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가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정동영 상임고문을 비롯해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인 금태섭 대변인, 이계안 전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금 대변인의 경우 최근 동작을 지역에 있는 흑석동에 전셋집을 구하는 등 출마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몇십년동안 해당 지역을 맡아 온 허동준 지역위원장은 즉각 반발했다. 지역 민심을 외면한 전략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2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내가 지난 2000년부터 전략공천에 희생됐지만, 한번도 당을 비난하거나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그렇게 노력했는데 왜 나에게만 선당후사를 요구하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운 겨울과 여름의 뙤약볕 밑에서 노력하고, 고생하고 헌신한 사람을 왜 흔드는가. 내가 어떤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전략공천을 이야기 하는가”라며 “상식과 정의가 통해야 되는데 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는 시민공천을 받아서 (선거에) 나갈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응답률 낮은 여론조사로 후보 경쟁력 판단하는 것은 현실 제대로 반영 못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전략공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15곳 중 수원을·정과 호남지역 2곳을 제외한 11곳은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겸임한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의 반발과는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번 재보궐선거에만 국한되지 않고, 향후 선거 등을 바라볼 때 전략공천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원외당협위원장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본보와 만나 “원외당협위원장이 지역구를 관리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라며 “대부분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활동하는데 전략공천으로 한순간에 밀려나면 그 허탈감은 말로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협위원장을 임명할 때 차기 공천까지 고려를 해 인물을 세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로 후보들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방식도 바꿔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처럼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낮을 때 실시한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만으로 후보의 경쟁력을 재단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지역의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오랫동안 지역에서 고생한 사람이 전략공천이라는 이름하에 한번에 배제되는 게 불합리하고 안타깝다”며 “원외당협위원장은 애정을 갖고 지역에서 일해 왔어도 인지도가 낮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공천 이야기를 하면서 외부 수혈을 하면 원외당협위원장은 유명무실하고 굳이 맡을 필요도 없다”면서 “단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해서 공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