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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① ]‘전술의 오묘함’ 티키타카 잡아먹은 변형 스리백


입력 2014.07.15 07:49 수정 2014.07.15 16:4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지난 8년간 세계축구 호령했던 스페인의 몰락

앞으로의 4년은 '전방위 압박' 독일의 시대

스페인의 8년 천하는 변형 스리백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 연합뉴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은 흔히 전술의 완성을 볼 수 있는 무대라고 한다. 1970년대 전술이라는 개념이 도입됐고, 세계 축구의 패권은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를 시작으로 이를 깬 네덜란드의 ‘토탈 사커’, 그리고 오렌지군단을 무력화시킨 리베로 전술의 독일로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포백 시스템이 정착했고, 4-4-2 또는 4-3-3 포메이션이 주를 이루고 있던 때, 일명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라는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한 전술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바로 무적함대 스페인이었다.

티키타카는 축구팬들에게 패스의 미학을 선사했지만 당하는 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았다. 볼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 시종일관 점유율에서 밀리다 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특히 티키타카는 아기자기한 플레이스타일과 개인기를 중시한 스페인 축구에 너무도 잘 맞는 옷이었다.

티키타카의 스페인은 무적함대 그 이상이었다. 스페인은 유로 2008 우승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고 유로 2012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의 역사를 아로 새기며 세계 축구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스페인은 당연히 우승후보 0순위였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티키타카 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다름 아닌 변형된 스리백이었다. 이탈리아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으로부터 고안된 이 전술은 이번 대회 3위에 오른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에 의해 완성됐다.

변형 스리백의 핵심은 두터운 수비와 공간 차단이었다.

먼저 스리백은 4명의 수비수를 두는 포백보다 훨씬 수비적인 시스템이다. 3명의 중앙수비수와 좌우 윙백을 두어 수비 시 5명의 수비라인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이드라인이 아닌 중앙에서의 공격이 대부분인 티키타카의 창을 2명이 아닌 3명의 중앙 수비수로 막기에 더욱 용이했다. 여기에 좌우 윙백들이 상대 공격의 뒷공간을 차단, 말 그대로 보자기가 주먹을 감싸는 형태가 이뤄졌다.

변형 스리백은 비단 티키타카에만 통한 전술이 아니었다. 현대 축구에서는 윙어들이 크로스와 패스만 올려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중앙으로 침투해 공격에 가담하는 윙포워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는 클래식 윙어를 무력화 시킨 포백 시스템을 깨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포백 시스템의 좌우 풀백 역할이 모호해지자 아예 윙백으로 전진시켜 더욱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변형 스리백은 티키타카와 마찬가지로 쉽게 구사할 수 있는 전술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데뷔한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은 포백이 익숙한데다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비 라인 한 축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변형 스리백을 구사한 팀은 네덜란드와 칠레, 그리고 8강 돌풍을 일으킨 코스타리카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와 칠레는 같은 조에 속해있던 스페인을 이 전술로 집에 돌려보냈고, 코스타리카 역시 정형화된 4-2-3-1 포메이션의 이탈리아와 우루과이를 감싸 먹어버렸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는 16강 이후 활동량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윙어 디르크 카윗을 왼쪽 윙백으로 배치해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 또한 판 할 감독은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과감하게 스리백을 접고 포백으로 전환하는 신들린 용병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조직력 부분으로만 시선을 모을 경우 칠레와 코스타리카가 더욱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칠레는 중앙 스리백 수비수들과 좌우 윙백들이 수비 시 빠르게 오므렸다가 역습 상황이 되면 잽싸게 밖으로 퍼져나가는 환상의 군무로 각광받았다.

물론 변형 스리백은 완성도 높은 전술이 아니다. 티키타카라는 점유율 축구를 깨기 위해 고안됐으며,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려고 마련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티키타카가 무너진 현재, 세계 축구의 흐름은 오히려 재압박, 즉 게겐프레싱으로 넘어가는 가는 모습이다. 게겐프레싱이란 일대일 마크보다는 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팀 전체가 혼연일체 되어 공간을 좁히고 압박에 압박을 가하는 전술을 말한다.

게겐프레싱의 대표적인 팀은 역시나 우승을 차지한 독일이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전방위적 압박으로 상대 숨통을 조이는데 성공했다. 빠른 역습이 뛰어난 포르투갈은 독일의 압박에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했고, 개최국 브라질도 독일 공격수들의 끊임없는 압박에 수비라인이 무너져 7실점 대패 수모를 안고 말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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