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곤두박질 SK 왕조, 누구의 책임인가
정식 감독 맡고 별다른 성과 없는 이만수 감독
FA 등 선수 영입에 게을렀던 SK 프런트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SK 와이번스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속담이다.
현재 SK는 34승 49패(승률 0.410)로 리그 8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 선두를 내달렸던 것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추락이다. 게다가 최하위 한화와는 불과 2.5경기 차이다. 최근 상반된 두 팀의 분위기를 볼 때 자리바꿈은 언제든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SK에게 꼴찌라는 말은 영 어색하기만 하다. SK는 창단 첫해였던 2000년, 44승 3무 86패(승률 0.338)로 최하위에 머물렀고, 이듬해에는 한 계단 올라선 7위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이제 막 출범했다는 핑계라도 있었다.
SK는 창단 8년 만에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다. 이른바 ‘SK 왕조’의 탄생이었다. 거칠 것 없던 벌떼 야구는 모든 팀들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며 승승장구 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우승-우승-준우승-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표가 이를 말해준다.
성적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했다. 그야말로 상대를 압살하는 분위기가 시즌 내내 연출됐다. 야구팬들은 SK를 미워했지만 그만큼 두려워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팀들은 기본기를 중시한 SK의 훈련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SK는 2011년 8월, 김성근 전 감독이 물러나고 이만수 2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경질을 반대하기 위해 문학구장 소요 사태가 일어난 등 떠들썩했지만 SK는 그래도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준우승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2년에도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해 6위, 올 시즌에는 꼴찌 추락이 염려되는 SK다. 이쯤 되면 왕조 몰락의 굴욕을 둘째 치고 약체 이미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어디서부터 꼬이고 잘못된 것일까.
일단 선수 육성과 관리의 중책을 떠안은 이만수 감독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만수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자마자 전임 감독과 정반대 노선을 추구했다. 훈련 방식과 경기 운영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어쨌든 감독은 성적으로 답해야 하는 자리다. 정식 감독 2년 만에 포스트시즌이 좌절되고, 3년째 최하위를 목전에 둔 상황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올 시즌 SK의 좋지 않은 분위기는 얼마 전 퇴출된 스캇의 항명 파동이 잘 설명해준다. 부상 중이었던 스캇은 재활 방식을 놓고 구단과 견해 차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만수 감독에게 불만을 나타냈고, 이는 고스란히 취재진에게 목격되며 일이 커졌다.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스캇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도 애매하다. 그의 불만을 코칭스태프는 왜 몰랐고, 알았더라도 어째서 감독에게 전달되지 않았는지,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이만수 감독은 무슨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가 생략됐다. 외국인 선수라 그랬다면, 이는 구시대적 발상에 의한 선수 차별이다. 그만큼 현재의 SK는 이만수 감독이 그토록 강조한 소통과 거리가 먼 모양새다.
선수단을 아울러야 할 프런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SK는 그동안 FA 등 선수 영입에 너무도 게을렀다.
창단 초기에는 박경완, 김재현, 이상훈, 박재홍, 조웅천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꾸준히 데려왔지만 2007년 이후로는 별다른 선수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전력들의 누수현상이 심화된 모습이었다.
SK는 2008년 이진영을 시작으로 정대현, 이승호, 이호준, 정근우 등 우승의 주역들이 FA 자격을 얻자 팀을 떠났다. 조웅천, 정경배, 김재현, 김원형 등도 은퇴수순을 밟았다. 같은 기간 FA 영입은 박진만, 조인성, 임경완 정도가 고작이었다. 무엇보다 왕조 탄생의 일등공신인 김성근 감독과의 결별과정이 너무도 매끄럽지 않았다.
사실 SK는 왕조 시절에도 전력만 놓고 볼 때 강팀은 결코 아니었다. 에이스 김광현은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새내기였고, 지금은 특급으로 발돋움한 정근우, 최정도 유망주에 불과했다.
박정권, 김강민, 조동화, 박재상 등은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었지만 감독의 조련 덕분에 한 단계 진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들 모두는 현재 리그를 대표하는 각 포지션의 선수들로 발돋움했다. 즉, 전력상으로는 왕조 시절 못지 않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SK 왕조는 여왕벌 정대현을 필두로 정우람, 이승호, 전병두, 송은범 등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이른 바 벌떼 야구로 정점을 찍을 수 있었다. 이들이 모두 해체된 올 시즌 SK는 불펜이 가장 헐거운 팀으로 전락했다.
중심 타자 최정과 마무리 박희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점도 이유가 될 수 없다. SK는 2009년 에이스 김광현과 전력의 반이라 평가받던 박경완을 시즌 도중 부상으로 잃었다. 그러고도 우승팀 KIA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던 것이 지금은 향수만이 가득한 SK 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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