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오히려 영·호남 지역갈등 부추겨"
한국선진화포럼 '지역간 소통의 선진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토론회 열어
영남과 호남으로 대변되는 지역간 갈등, 소통 부재의 원인으로 언론의 문제가 제기됐다. 언론이 국민과 괴리된 채 국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주성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은 24일 서울 은행회관 2층에서 열린 ‘지역 간 소통의 선진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한국선진화포럼 7월 월례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해 “전통적으로 시민들의 공공담론은 언론으로 대표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즈음 언론은 국민의 마음을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언론매체들은 시민들의 마음으로부터 독립돼 시민사회의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기 보다 오히려 (지역 갈등을) 더욱 부추기려고 보도하고 있다”면서 “지역 간의 소통이 공공담론 수준으로 선진화되려면 우리는 더 이상 언론에 기댈 수 없다. 시민들 사이의 대화를 성숙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근 대전일보 논설위원도 “쓸 데 없는 지역갈등 구조가 퍼지고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전적으로 미디어 탓”이라면서 “특히 선거 때면 신문방송은 물론 온라인도 온통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으로 갈려 사생결단하듯 싸운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당선을 위해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집단보다 한 술 더 뜨는 매체도 없지 않다”면서 “얼굴 없는 네티즌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기사 말미에 기자 이름 석자를 적는 신문이나 방송, 온라인 매체도 지역갈등을 야기하는 기사 작성은 자제하고 금기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권과 호남권의 경제적 격차가 지역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역총생산의 경우 영남권은 전국 대비 27%, 호남권은 전국 대비 10%수준이다. 또한 전라도 지역의 1인당 개인소득, 도로포장률, 수출규모, 시도별 정부예산액, 누적 정부투자규모 등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배점모 호원대 교수는 토론자로 참석해 "여러가지 경제지표를 보면 호남지역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면서 "소득 불평등과 지역간 불균형이 소통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파이를 키워서 늘리자'는 논리에서 '파이를 잘 나누어서 더 큰 파이를 만들자'라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감정·갈등을 해소하기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벌여 지역 주민간 간극을 좁히는 방안도 제시됐다.
특히 김주성 총장은 다양한 영호남지역화합축제가 열리고 있는 것을 영호남 주민 간 갈등이 해소되고 있는 증거라고 꼽았다. 그만큼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총장은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 영호남지역화합축제는 민주화시대가 진행되면서 영호남 주민사이의 서로에 대한 감정을 누그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영호남 주민들의 마음이 풀리고 있다는 증표”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총장은 “지역문화축제는 지역주민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민이 참가하는 화합의 장”이라면서 “타 지역주민으로 하여금 특정지방의 독특한 지역문화를 체험하고 즐기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지역감정을 완화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인 배점모 호원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관료 등용에 있어서 지역적 균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정치적 등용에 있어서 일방적인 경상도 위주의 인사는 지양돼야 한다”면서 “현재 정부의 17부 3처 17청의 장차관급 자리에는 전북출신은 1명도 없다. 전라북도는 무(無)장관, 무(無)차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호남지역이나 기타 지역 사람을 골고루 등용하여 다양한 지역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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