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하라"…당황하지 않고 소송 준비?
제심위 조치 100% 수용 어려워, 소송 가능성 농후
사회적 문제 얽혀 경징계…추가 징계 가능성 열어둬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감독당국의 판단이 나오자 ING생명보험을 포함한 생명보험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부 생보사는 정부의 최종통보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일찌감치 소송전에 준비할 것을 암시했다.
반면 소비자 관련 단체는 금융감독원의 이번 조치가 당연한 결과라며 오히려 생보사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기간에 따른 지연이자까지 더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5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금감원은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ING 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건에 대해 제재안건을 의결했다.
제심위는 ING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약관에 정한 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원안대로 기관주의와 임직원 4명에게 주의(주의 상당)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과징금 4900만원을 부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재안에는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있는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돼있다"며 "우선 약관에 따라 지급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경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NG생명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428건의 보험금 560억원을 어떻게 지급할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와 유사한 자해(자살)관련 약관이 포함된 상품을 판매한 다른 보험회사에 대해서도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NG생명은 지난 2003년부터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까지 보험계약 체결 후 2년 뒤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에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하지만 약관에는 고객이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것과 동시에 보험금 지급에 있어 절대적 기준은 ‘약관’이라고 재차 확인해준 셈이다. 또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추가 징계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생보사는 자살은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이번 제재안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내비쳤다. 일부에선 이번 제재와 보험금 지급 관련 ‘법정공방’으로 끌고 갈 채비도 하고 있다.
우선 ING생명의 경우 최종통보되기 전까지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ING생명 관계자는 "이건 단순히 약관해석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며 "최종통보를 받기 전까지 어떤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자살이 재해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생보사는 전체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번 사안이 라이나와 푸르덴셜 생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생보사가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만 ING생명이 먼저 맞은 것뿐이다.
금감원은 24개 생보사 검사 결과 자살한 보험가입자에 미지급된 재해사망보험금 규모가 217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까지 고려하면 최대 1조원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금은 ING생명에 국한된 조치"라면서도 "최종통보까지 지켜보고 그것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자살보험금은 약관의 표기실수 문제"라며 "자살은 재해로 볼 수 없고 또 자살을 재해로 보면 보험이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100% 수용하기 어렵다. 보험사가 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소비자 단체는 이번 조치가 당연한 결과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반응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계약내용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생명보험사는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돈이 우선이 아닌 신뢰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불응하는 회사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라며 "생보사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재해사망보험금에 약관대출이율로 지연이자'까지 더해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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