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해야 한다"는 진보교육감들의 '착각'
자사고로 인한 '사교육 과열' 주장은 해묵은 이슈 확대해석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 공약은 정치적 목적 관철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09년 도입된 자사고는 오히려 새로운 유형의 교육활동 개발,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 학부모·학생의 만족도 제고, 교원들의 책임감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공약 관철을 위해 무리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다.
28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자율형 사립고 폐지 논란, 어떻게 봐야하나?’라는 제하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에 당선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주장하고 있는 자사고 폐지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자사고가 일반고의 위기를 유발한다?…"자사고는 전체 고등학교의 2.1%에 불과"
6.4지방선거 당시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내세우는 자사고 폐지 논리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자사고로 인해 일반 고등학교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논란이 되는 ‘일반고의 위기’는 2000년을 전후로 해서 수시로 불거졌던 해묵은 논쟁거리다. 2000년을 전후로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학교붕괴’, ‘교실붕괴’와 관련된 보도를 쏟아낸 바 있다.
특히 상위 성적의 학생이 자사고로 몰려 일반 고등학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도 지나친 확대 해석이자, 설득력이 떨어지는 억측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고등학교의 수는 2322개이며 이중 일반고는 1525개, 특수목적고등학교 138개, 마이스터고 37개, 특성화고는 494개를 차지하고 있고 진보 교육감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자사고는 단 49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이 숫자가 적은 자사고에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을 뽑아가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 내신 상위 50%의 학생들의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상위권의 학생들을 자사고가 흡수한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자사고는 내신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내신 성적 상위 50%내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선발한다. 50% 선상에 있는 학생도 입학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부추기는 자사고?…"사교육은 2000년 이후부터 급증"
자사고를 반대하는 또 다른 주요 주장 중 하나는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독점하는 학생 선발방식을 유지하고 있어서 학생 간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초·중·고 학생 10명 가운데 7~8명이 학원이나 과외를 비롯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사교육은 2000년 과외허용 판결 이후 가계 재정 부담의 문제를 넘어서 학부모의 노후문제로까지 확산,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사고 도입 10년 전인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사교육비가 30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자사고 도입한 2009년 이후 2012년까지 사교육비 증가액은 약 2조에 불과하다.
양 교수는 “자사고 도입으로 사교육비가 늘어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일반고든, 자사고든 사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조희연 교육감은 이기적인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자식들은 외국어 고등학교를 보내고 본인이 교육감이 돼서는 다른 사람들의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성호 중앙대 교수도 “이미 6월에 마무리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무시하고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주변 학교 학부모 대상 설문지도 코미디”라면서 “관(官)주도의 교육에서 탈피해야 하는데 현재 좌파 교육감들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관의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자사고는 학부모들이 교육비용을 부담하면서 국가 세금을 약 20억원 가량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렇게 남는 돈으로 오지, 벽지의 학교를 지원하거나 공교육 개선에 사용하면 좋은데, 세금 1~2억 원 가량이 추가로 소요되는 혁신학교를 늘리고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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