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박은선 러시아행…인권 짓밟은 감독들 고작 ‘경고’
러시아 리그 FC로시얀카 이적 마무리 위해 출국
‘성별 논란’ 주장했던 감독들 솜방망이 처벌 논란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박은선(28)이 러시아 여자축구 리그로 전격 진출했다.
박은선은 로시얀카 WFC 이적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현 소속팀 서울시청과 로시얀카는 이미 이적에 합의한 상태로 메디컬 테스트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 등 세부조항의 조율만을 남겨놓고 있다.
박은선이 이적할 로시얀카는 1990년 창단돼 2005년 이후 4차례의 우승과 5차례의 준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문 구단이다.
박은선은 떠나기에 앞서 “나로서는 굳이 도망칠 필요가 없다”며 “나이가 드니까 더 큰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로시얀카에서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박은선의 이적은 찜찜한 뒷맛을 남긴다. 박은선은 과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은선이 자신의 인권을 짓밟은 감독들이 경징계를 받은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은선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WK리그 감독들이 제기한 성별 논란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한 바 있다. 당시 감독들은 “박은선이 남자가 아니냐”며 성별 검사와 함께 박은선의 출전 금지를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해당 감독들은 리그 보이콧 등을 내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지만, 비난 여론이 일자 “농담한 것”이라는 뻔뻔한 해명으로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을 ‘성희롱’이라고 지적하고 대한축구협회와 여자축구연맹에 해당 감독들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여자축구연맹은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달 초 고작 ‘엄중경고’ 조치를 내리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엄중경고는 말 그대로 경고하는 것일 뿐 아무런 제재가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또다시 일고 있다. 축구팬들은 떠나는 박은선을 향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시선과 함께 러시아에서의 성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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