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때문에 망한 대권주자들, 박원순만 표정관리?
안철수-손학규-김두관 등 경쟁상대 줄줄이 내상
'기동민 양보'로 큰 상처 없이 '본전'은 건져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를 하면서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직접 재보선에 뛰어들었던 대권주자들은 패배라는 회복하기 힘든 ‘내상’을 입은 반면, 한발 앞서 실시된 6·4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대권주자는 상대적으로 반등효과를 얻었다.
안철수-손학규-김두관, 재보선 참패로 험난한 대권가도 예고
재보선 참패라는 성적표 앞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인물은 바로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손 고문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재입성, 차기 대선 도전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권후보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정치신인에게 패배라는 쓴맛을 봤다.
결국 손 고문은 재보선 다음날인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나의 꿈을 이제 접는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계은퇴 선언 이후 복귀한 정치인들이 다수 있다고는 하지만 손 고문의 정계복귀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며 대권주자로 화려하게 떠오른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치명상을 입게 됐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함께 이번 재보선을 공천 과정부터 결말까지 진두지휘해 온 안 전 대표는 재보선 참패라는 성적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재보선 초반 유리했던 분위기가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의 전략공천으로 인해 사실상 뒤집히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안 전 대표는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 차기 대권주자로서 행보는 당분간 힘들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계 입문 이후 주요 시점에서 번번이 사퇴를 선언한 것까지 다시 거론되면서 그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장 신화’를 쓰면서 18대 대선에서 대권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상임고문은 회복이 힘들 정도의 치명타를 맞았다.
김 상임고문인 지난 대선 출마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당내 경선에서 뚜렷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주저앉았다. 이번 재보선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김포에 출마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새누리당이 내세운 정치 신인에게 패하면서 대권가도에서 더욱더 멀어졌다.
일찌감치 선택받은 박원순, 아무런 생채기 없이 자동반등효과 누려
이처럼 ‘안철수-손학규-김두관’이라는 차기 대권주자들이 재보선을 통해 줄줄이 상처를 입으면서 한발 떨어져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대적으로 반등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박 시장은 새정치연합 소속이지만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특성상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번 재보선에서 겉으로는 일체 관여하지 않은 채 관전자의 입장을 취했다.
재보선 참패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정권심판론’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문재인 의원과는 달리 재보선 자체에 관여를 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생채기도 입지 않는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기동민 전 후보의 사퇴도 결과적으로 박 시장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기 전 후보는 동작을에 전략공천 될 때부터 ‘박원순의 부시장’을 최대 무기로 삼았다. 선거 전체 분위기가 ‘나경원 대 박원순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던 만큼 만약 그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에게 패했을 경우 ‘박원순의 패배’가 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기 전 후보가 일찌감치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퇴를 하면서 박 시장으로서는 간접 패배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일각에서는 기 전 후보의 사퇴를 두고 박 시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속내야 어쨌든 겉으로는 일절 선거에 관여하지 않은 박 시장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안희정 충남지사도 상대적으로 반등의 효과를 누린 셈이지만, 박 시장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야권 내에서 박 시장의 입지는 더욱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 시장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 경쟁자들이 제 풀에 꺾인 셈”이라며 “결과적으로 보면 야권 내에서 이번 재보선 최대 수혜자는 바로 박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