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속옷 상하의 찢는 성추행도 반복됐다"

7일 군인권센터 수사기록 분석 "기도 폐쇄 아닌 뇌손상 가능성"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2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28사단에서 벌어진 집단구타 사건으로 사망한 윤 일병의 유력한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기도폐색성 질식사'가 아닌 '뇌진탕'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 사망과 관련한 수사기록을 모두 입수, 분석해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2차 브리핑'을 열었다. 이 브리핑에 따르면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과정에서 의식 소실이 진행됐고 이 때문에 기도폐쇄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 부검 결과에 나타난 '기도폐색성 질식사 추정'이라는 직접 사인의 원인이 머리를 수차례 가격 당한 후 뇌진탕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사결과 발표 상 윤 일병 사망은 지난 4월 7일이지만 직접적인 사망 시점은 6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6일 연천군보건의료원 도착한 윤 일병은 이미 DOA(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 상태에 빠져있었다.

윤 일병은 의료원에 도착한 후 전문의에 의해서 시행된 약 20여분의 전문심폐소생술을 통해서 자발순환(심박)이 회복됐지만 호흡은 없는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다가 윤 일병은 7일 사망했다.

"젊은 윤 일병의 기도폐쇄, 이미 구타로 의식 잃었다는 것"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의학적으로 보면 기도폐쇄 사망자들은 기침반사가 감소돼 있는 노년층인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쇄자들은 목격자에 의해 구조되기 때문에 95%에 이르는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하지만 피해자는 젊은 연령이었고 사고 당시 주변 목격자들도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사망에 이른 경우로, 일반적인 기도폐쇄 사망자들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면서 "또한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윤 일병은 피부가 새파랗게 변하고 말을 못하는 등 전형적인 기도폐쇄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의식을 잃기 직전 마지막까지도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피해자는 이 병장에게 수차례 머리를 가격당한 후 갑작스레 물을 마시게 해 달라고 애원한 후 물을 마시러 가던 중 '오줌'이라는 말을 웅얼거린 후 의식을 잃었다"면서 "오줌을 싸는 증상은 의식 소실시 흔하게 나타나는 소견으로 피해자의 의식소실은 심박 정지 이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구타에 의해 심박 정지 이전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음식물을 물고 있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으면 (기도로) 흡인이 잘 된다"면서 "의식이 있으면 뱉어내는 반사 현상이 있는데 오줌을 흘리며 의식을 잃는 과정에서 기도폐쇄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헌병대, 군 검찰 수사 축소·은폐"

아울러 임 소장은 헌병대와 군 검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가 추가로 입수한 증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 6일 사건의 주모자인 이모 병장은 "뇌사상태가 이어져서 이대로 윤 일병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다가 생긴 것으로 말을 맞추자"는 말을 했다.

또한 집단구타에 참여했던 지모 상병도 "아, 그냥 윤 일병이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임 소장은 "가해자들이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윤 일병이 살아나지 않기를 원했던 것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유추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이 상해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인데 헌병대와 군 검찰을 비롯한 지휘관들은 해당 사건을 상해치사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 소장은 "28사단과 6군단 헌병대, 검찰관은 가해자와 목격자 진술에서 밝혀진 것조차 보강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일병의 가족들은 윤 일병이 자대배치를 받기 전부터 의무반의 입실환자로 있었던 김모 일병과의 면담을 수사당국에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유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군 수사당국에 "김 일병을 만나고 싶다"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천식 때문에 조사가 힘든 상태", "김 일병이 의병 전역해 통영으로 내려가 있기 때문에 불러들이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유 가족은 "김 일병 아버지 전화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군 수사당국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윤 일병 성추행도 추가로 드러나…"속옷 상하의 찢는 행위 반복"

그동안 알려졌던 성추행에 대한 추가적 사실도 드러났다. 사건 당일, 구타를 주도했던 이 병장은 윤 일병의 속옷 상·하의를 찢고 갈아입히는 행위를 반복했다. 윤 일병은 가해자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속옷이 수차례 찢기는 치욕을 당했다.

또한 이 병장은 윤 일병의 나라사랑카드를 절취 소지하고 있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공범인 하모 병장에 따르면 이 병장이 "앞으로 또 잘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하자 윤 일병은 "제 나라사랑카드를 줄테니 사용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임 소장은 "윤 일병이 폭행과 가혹행위 및 욕설을 매일 당하는 입장에서 이 병장에게 카드를 준 것이므로 자발적 협조를 가장한 절도행위"라면서 "이러한 증언이 있음에도 헌병대와 군 검찰은 카드사용내역을 확인하는 등의 수사를 전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 소장은 "국방부는 즉시 전면적인 재수사를 지시해야 한다"면서 "국방부는 즉시 관련자들을 수사하고 사법처리 및 보직해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