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꿴 첫 단추 맨유…아직도 퍼거슨 잔상?
스완지 시티와 개막전에서 1-2 무기력패
지난 시즌에 이어 퍼거슨 잔상 아직도 남아
올 시즌 명예회복을 다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첫 단추를 잘못 꿰며 벌써부터 위기론과 마주하고 있다.
맨유는 16일(이하 한국시각),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와의 홈 개막전에서 기성용과 시구드손에게 연속골을 얻어맞아 1-2 패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체제였던 지난 시즌 충격적 리그 7위에 그쳤던 맨유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던 명장 루이스 판 할 감독을 새로 임명하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출발은 좋았다. 월드컵 때처럼 쓰리백 시스템을 선보인 판 할 감독은 LA 갤럭시와의 평가전 첫 경기를 7-0 대승으로 장식한데 이어 AS 로마,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발렌시아 등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로 연승을 구가했다.
그러자 팬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일단 판 할 감독은 지난 시즌 크게 흔들렸던 선수단을 안정시켰고, 전술적으로도 최근 축구계 대세라 평가 받는 ‘압박 축구’를 이식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맨유는 그야말로 허점투성이였다. 특히 강점으로 꼽혔던 쓰리백은 상대 역습에 약점만 노출하며 독이 되고 말았다. 결국 판 할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포백으로 전환, 아직 자신의 전술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말았다.
얇은 선수층도 문제다. 이미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시절부터 포지션 곳곳에 구멍이 나타났지만 별다른 스쿼드 보강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시즌에도 후안 마타와 마루앙 펠라이니 영입만이 전부였다. 급기야 리오 퍼디난드, 파트리스 에브라, 네마냐 비디치 등 주축 수비수가 대거 빠져나간 올 시즌에는 측면 자원 루크 쇼를 데려온 게 전부인 맨유다.
무엇보다 맨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직까지도 팀에 드리워져 있는 퍼거슨의 그림자다.
판 할 감독은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하며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구성했다. 선수단과도 소통을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완벽히 장악했는지는 의문이다.
맨유는 올 시즌 네마냐 비디치가 이적하며 주장 자리가 비어있던 상태였다. 당초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판 할 감독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 주장완장을 찾던 로빈 판 페르시가 유력한 후보였지만 결국 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웨인 루니가 새로운 캡틴으로 임명됐다. 이는 장악이 아닌 타협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판 할 감독의 전임자였던 모예스 감독 역시 보이지 않는 퍼거슨 그림자를 걷어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지만 결론은 실패였다.
무려 27년 동안 지휘봉을 잡아 리그 13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퍼거슨 감독이다. 기간은 물론 업적 면에서 그와 필적할 감독은 축구 역사상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거슨 감독은 은퇴한 뒤에도 맨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후임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과 동시에 견딜 수 없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맨유 라이벌 리버풀은 7~80년대 황금기를 보냈다. 밥 페이즐리 감독은 10년간 팀을 이끌며 여섯 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그가 물러나고 2년 뒤 지휘봉을 잡았던 케니 달글리시도 7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세 차례 리그 우승을 팀에 안겼다. 이후 23년 동안 8번의 사령탑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AJ 옥셰르 역시 유럽 축구 역사상 최장수 감독이었던 기 루 감독에 대한 환상이 짙은 팀이다. 1961년 지휘봉을 잡아 무려 44년간 팀을 이끌었던 기 루 감독은 중소 클럽이었던 옥셰르를 프랑스 챔피언(1995-96시즌)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2005년 고령을 이유로 사령탑에서 물러나자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되는 등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레전드 감독 후임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부담이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