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낸 일본 축구…잠재적 불안요소 혼다
아기레 "공격수까지 수비 가담" 전원 압박 요구
'반쪽' 혼다와 갈등 요소 충분, 일본 축협 난감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 일본 축구가 9월 평가전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일본 축구협회는 오는 28일, 9월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은 다음달 5일 우루과이, 9일에는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을 갖는다.
특히 이번 평가전은 새로 지휘봉을 잡은 아기레 감독의 데뷔전이라 그가 과연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축구협회 측은 “해외파 선수들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레 감독은 지난 11일 공식 취임, 아직 선수들을 자세히 관찰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임 사령탑인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시절 주축이었던 혼다 케이스케(AC 밀란), 가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하세베 마코토(뉘른베르크), 오카자키 신지(마인츠) 등이 그대로 이번 평가전에 부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이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꾸준히 입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기레 감독의 축구철학과 상충되는 일부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기레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향후 일본 축구 색깔에 대한 일성으로 “공격수를 포함한 구성원 전부가 수비에도 가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최근 세계 축구계의 대세로 떠오른 ‘전원 압박’이 팀 컬러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어 “다만 포메이션을 짜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4백은 물론 3백, 심지어 5백 체제를 할 수도 있다”며 “차근차근 선수들을 지켜볼 것이다. 9월 평가전에서 선보일 전술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일본 축구계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선수 선발과 관련한 갈등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아기레 감독이 추구하는 팀 컬러에 의하면, 일본 대표팀 에이스인 혼다가 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다는 정확한 킥력과 패스 센스가 발군인 선수로 평가된다. 즉,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탈아시아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수비적인 능력이 뒤처지고 활동량마저 현저히 좁아 반쪽 선수라는 일부의 비판이 있을 정도다. 이는 소속팀 AC 밀란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급기야 혼다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 나의 왼발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혼다의 각오가 아기레 감독에게 긍정적으로 전달될 지는 미지수다. 혼다는 자케로니 전 감독에게도 활동량과 관련해 수차례 지적을 받았지만 끝내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혼다의 이름값과 상징성을 고려한 자케로니 감독은 월드컵에서 그를 중용했지만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으로 이어졌다.
물론 아기레 감독은 자케로니 감독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그는 2009년 조국인 멕시코 대표팀의 사령탑을 두 번째 맡을 당시 파격적인 인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특히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선수라면 이름값에 상관없이 과감히 내쳤다. 대표적인 선수가 멕시코 미래라 불렸던 조나단 도스 산토스(비야레알)와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외면이다.
개성이 강했던 도스 산토스는 지역예선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멕시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치차리토도 감독과의 불화로 교체로만 출전했다. 급기야 지역예선 내내 주전 골키퍼였던 기예르모 오초아는 월드컵 내내 벤치만 달궜다.
성적 외에 흥행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일본 축구 입장에서는 혼다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과 거리가 먼 아기레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추락한 명예를 다시 세우기 위함이었다. 잠재적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일본 축구가 이번 9월 평가전을 어떻게 바라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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