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억 퍼부은 맨유, 3년보다 길 3개월 허니문
판 할 감독 이끄는 맨유, 개막 후 3경기 무승
"최소 3개월 소요" 발언에도 팬심 벌써부터 꿈틀
'2014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다시 한 번 명장임을 입증한 루이스 판할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름이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명문 맨유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지만 시즌 개막과 함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심지어 맨유는 27일(한국시각) 밀튼 케인즈 MK 스타디움서 열린 '2014-15 잉글랜드 캐피털원컵(리그컵') 2라운드에서 MK돈스에 0-4 대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이날 맨유가 GK 다비드 데 헤아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모두 비주전급으로 내보냈다고는 하지만 출전 기회가 적었을 뿐이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모두 주전으로 활약했거나 꾸준히 나왔던 선수들이다. 수비수 조니 에반스나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대니 웰백 등 다른팀이었다면 모두 주전급들이다.
그러나 맨유는 3부리그팀 MK돈스를 상대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MK돈스는 ‘2014-15 리그원’ 정규리그에서 2승1무1패(승점7)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팀을 상대로 맨유는 14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유효슈팅은 고작 4개에 불과했다. MK돈스는 15개 슈팅 가운데 11개가 모두 골문 정면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이었다.
프리시즌 상승세, 어디로 가라앉았나
프리시즌만 하더라도 맨유는 판할 감독 지휘 아래 부활의 나래를 펼 것처럼 보였다.
비록 오프 시즌에 열린 친선전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명문 8개 클럽이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맨유의 부활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크리스 스몰링과 필 존스, 조니 에반스의 스리백 수비라인 제대로 구현됐고 안토니오 발렌시아나 애슐리 영의 활약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영은 왼쪽 윙백으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판할 감독이 구사하는 스리백에 잘 맞는 선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1무2패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2000억 원 쏟아 부은 맨유, 3년보다 더 길 3개월
맨유는 공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앙헬 디 마리아를 데려왔다. 역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인 5970만 파운드(1002억원)를 레알 마드리드에 뿌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맨유는 이날 MK돈스에 0-4로 지는 굴욕을 당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또는 유로파리그에 나가는 것이 일상적이었던 맨유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컵 2라운드를 치렀고 그 경기에서 참패하며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또 일본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는 경기에 뛴 지 불과 20분 만에 부상으로 아드낭 야누자이와 교체되는 등 전반적으로 맨유에 얻은 것이 전혀 없던 경기가 됐다.
이쯤 되자 주위에서는 데이빗 모예스 전 감독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에버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모예스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적극 추천 속에 맨유 감독으로 취임했지만 정규리그 7위로 추락한 뒤 경질됐다.
그러나 판할 감독은 아직까지는 굳건하다.
선덜랜드전을 앞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판할 감독은 "이미 올 시즌 초반 3개월이 어려울 것이라고 선수들, 팬들에게 말했고 에드 우드워드 단장과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에게도 통보했다"며 "바르셀로나나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첫 시즌에 그 정도 시간을 갖고 팀을 세웠다. 한 달로 단축될 수도 있지만 4개월로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MK돈스전 이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패배에 충격 받지 않았다"며 "새로운 팀은 한 달 만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맨유가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적지 않은 돈을 썼다는 점이다. 디 마리아 영입까지 1억3170만 파운드(2211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미 지난 시즌 맨유답지 않은 성적으로 지친 팬들이 얼마나 기다려줄 지가 미지수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팬들에게는 3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3개월의 '허니문'을 얘기했다 해도 팬심과 민심은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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