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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게 등 돌린 유가족, 여당과도 틀어지면...


입력 2014.09.01 20:05 수정 2014.09.01 20:17        이슬기 기자

야당엔 "무능하면 빠져" 여당에도 "입장 똑같으면 나간다" 고립 위기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27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2차 회동을 마친 후 회동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표단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일 세월호특별법 관련 협상을 위한 3차 면담에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등을 돌린 가운데, 유가족 측이 향후 협상 국면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첫머리부터 “1·2차(면담)처럼 우리를 설득하려 한다면 그냥 일어나겠다”며 날을 세웠고, 유경근 대변인도 “새누리당은 가족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1·2차 합의 모두 유가족의 동의 없이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도대체 뭘 했느냐”라며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상임위원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기존의 입장에 재차 방점을 찍었다.

이에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에 귀속하는 것은 위헌적인 수사기관을 창설하는 것으로, 도저히 국회에서 이런 법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여야 협상 과정에서도 새정치연합조차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에 달라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설전이 몇 차례 오간 후, 김 위원장과 유 대변인은 “여태까지 진상조사 특검 제대로 된 게 있느냐. 언론플레이 하지 마시라”며 상기된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유가족은 아무 양보안도 안 갖고 오면서 우리에게만 무조건 양보하라고 하면 협상이 되겠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 측의 감정골만 깊어진 상태로 3차 면담이 종료된 가운데, 유가족이 협상 국면에서 고립을 자초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찍이 당내 이견으로 자중지란 상태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무능하면 (협상에서)빠지라”고 경고한 데 이어, 야당을 못 믿겠다며 협상에 직접 나선 새누리당과도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유 대변인은 지난 31일에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유가족들이 10일 째 농성 중인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만남에서도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며칠 전 이야기한 ‘기존 여야 합의안이 최대한 양보한 부분’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더 이상 면담을 지속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고 이경주 양 어머니 유병화 씨는 이 자리에서 “독립성과 수사기간이 보장된 상태에서 유기적인 수사를 하려면 진상조사위원회에 속한 상임위원 중 한 명에게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 문제를 다룬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수락 불가’를 선언한 셈이다.

문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세월호 유가족 측의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이 “위헌적인 수사기구 창설은 불가능하다”는 반대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 수석은 유 대변인의 ‘경고성’ 발언에 대해 “유가족들이 위헌적인 수사권과 기소권 주장을 계속한다면 논의 진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더 나아가 그는 이날 오후 열릴 회동과 관련해 “(유가족들이) 새로운 제안을 한다면, 그에 맞춰서 새로운 협의를 진행해나갈 생각”이라고 조건을 덧붙이기도 했다.

당초 유가족 측이 가족총회를 통해 여야 원내대표 간 두 차례의 합의안을 모두 거부하면서 박영선 원내대표의 당내 신뢰도는 물론 대외적 협상당사자로서의 지휘 역시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당내에서도 박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 겸직 중인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등 더 이상 유가족의 요구를 엎고 협상 테이블에 나설 동력을 상실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대신, 진상조사위를 5:5:4:3(여야 각 5, 대법원장과 대한변협 4, 유가족 3)의 비율로 구성하는 1차 합의안, 특검추천위원회와 관련해 여당 몫인 2명을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2차 합의안을 내놨지만 유가족과 야당 내 강경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이러면 당이 뭐가 되느냐. 유가족과 강경파도 일단 당 지도부에 힘을 좀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가족이 여당과의 관계에서도 ‘강 대 강’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협상 국면에서 유가족이 스스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을 못 믿겠다고 해서 유가족이 직접 나섰는데 점점 더 답이 없어 보인다”면서 “가족들이 저쪽(새누리당)을 쉽게 봤는데 사실 전략 미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향후 세월호 국면과 관련해 “장기전이 될 것 같다”고 못 박은 후, “새누리당-유족 만남 결과와 관계없이 팽목항 도보행진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면담 직후 이완구 원내대표는 “쿨다운해서 (유가족과) 다시 얘기할 거니까 지켜보시라”면서 향후 일정과 관련해 “언제든지 다시 만날 거다. (유가족이) 가라앉으면 다시 들어오시겠지”라고 답했다.

반면 유 대변인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단 한번이라도 우리의 설명을 제대로 들어본 적 있느냐. 여당은 자기네들끼리 시간 끌고 야당은 못하겠다고 나자빠지고”라며 “신뢰는 하나도 안 주고 돌아서면 딴 얘기하고 유가족 실망시키고”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설사 완벽한 법 만들었다고 해도 그 틈을 비집고 방해하려는 사람 있으면 진상규명이 안 된다. 국정조사 보지 않았느냐”라며 “거꾸로 법과 제도가 허술해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지가 똘똘 뭉쳐 있으면 된다. 이것을 수없이 얘기했는데 신뢰를 주기는커녕 국조 시작할 때와 똑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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